[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국민의힘이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회부와 헌법재판소를 통한 법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실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109석으로는 본회의 표결을 막기 어려운 만큼 탄핵 절차와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대응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를 향해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탄핵소추, 탄핵을 저지하겠다"며 "김 대표는 본인이 내뱉은 발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6일 당 공식 유튜브 방송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과 관련해 "모든 사안을 올려놓고 모든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자진 사퇴를 압박하며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 더 나아가 탄핵을 당 차원의 공식 논의 대상으로 올린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려면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과 탄핵 사유부터 입증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는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 행사이며, 업무추진비 집행 논란 역시 사실관계 확인 없이 탄핵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탄핵 명분으로 제기한 대법원의 '업무추진비 와인 결제' 문제를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관련 지출의 상당 부분은 조 대법원장 취임 이전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에 이뤄졌다"며 "업무추진비 문제가 왜 대법원장 탄핵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탄핵안 검토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저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현재 민주당은 161석, 국민의힘은 109석으로 민주당이 당론을 모을 경우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가결을 막을 수 없는 구조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표결로 직행하지 않도록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회부를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 국회 법사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표결은 수적으로 못 막는다"며 "우리 당 1차 전선은 국회법 제130조에 따른 법사위 조사 회부 건의와 의사일정 대응"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 앞서 법사위 조사 회부 동의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회법 제130조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 의결을 거쳐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조사 회부를 의결하지 않을 경우에는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법사위 조사에 회부되면 민주당이 제시한 탄핵 사유를 검증하고 관련 자료와 증인을 통해 법적 쟁점을 따질 수 있다. 다만 조사 회부 자체도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관철하기 어렵고, 원내지도부가 해당 방안을 공식 대응책으로 확정했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탄핵 사유의 법적 성립 여부도 문제 삼고 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 제청권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다만 해당 권한의 행사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소속 한 변호사는 "민주당이 내세우는 탄핵 사유는 헌법재판소 판례가 요구하는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법행정권 행사나 예산 집행을 둘러싼 시비만으로 대법원장 파면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법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위반인지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이 실제 의결될 경우에도 구체적인 소추 사유와 법 위반의 중대성이 핵심 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의 법적 대응도 검토 대상이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공직자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앞의 변호사는 "탄핵안이 의결돼 대법원장의 권한이 정지되는 순간을 대비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에 대한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실제 청구가 가능한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법적 자격이 △국민의힘이나 개별 의원에게 인정되는지 △탄핵소추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법률 검토가 실제 청구나 조 대법원장의 직무 복귀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탄핵 논의가 실제 발의로 이어질 경우 여당 역시 사법부와의 갈등이 깊어지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대법관이 공백인 상황을 해결하려면 대통령과 대법원장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는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어느 쪽도 강 대 강 대치를 끌어올리기만 할 뿐 접점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을 공식 논의 대상으로 올린 만큼 여권 내부에서도 사법부와의 갈등 확대에 따른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의 의견 조율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원장은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여권 내부의 이견과 균열이 표면화되고 있는데, 이 내홍을 신속히 수습하는 것이 향후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사법부와의 갈등을 확대하기에 앞서 여권 내부의 이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국혁신당은 19일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실제 발의 동참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이 검토 중인 법사위 조사 회부와 헌재 대응 방안이 당 차원의 공식 대응책으로 구체화될지도 관심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