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 사흘간 던진 질문…한국은 누구와, 청년은 어떻게 일할까

최태원이 사흘간 던진 질문…한국은 누구와, 청년은 어떻게 일할까

EBS서 한일 경제연대·AI 리더십·교육과 노동 변화 논의
오래된 경제공동체 구상 재강조…AI 활용도 "직접 만들고 실험해야"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AI 시대의 학교는 배우는 장소가 아니라 실험하는 장소로 바뀌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EBS '위대한 수업'에서 한 말이다. 지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을 직접 써보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BS '위대한 수업'에 강연자로 나선 모습. [사진=EBS 유튜브 채널 캡처]

최 회장은 지난 12~16일 'AI와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을 주제로 강연했다. 14일에는 일본과의 경제연대를, 15일에는 AI 시대 리더의 역할을, 16일에는 교육과 노동의 변화를 짚었다. 그동안 경제계와 임직원들에게 강조해온 협력과 AI 활용에 대한 생각을 청년들과 나눴다.

14일 "일본과 경제공동체로"…오래전부터 이어온 구상

14일 강연에서는 일본과의 경제연대를 재차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혼자 경제와 안보 문제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일본과 협력하는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 경제 공동체까지 발전하는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공동체는 최 회장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구상이다. 2023년 도쿄포럼에서도 "단일 세계 시장은 거의 끝났다"며 한일 경제협력체를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각국이 성장하던 환경이 바뀐 만큼 양국이 시장과 자원을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는 이 구상을 "꽤 오래전부터 품어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 대상 강연을 계기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으며, 이후 일본 투자를 늘리고 경제단체들과 논의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사회적가치연구원]

이번 강연에서 먼저 협력할 분야로 꼽은 것은 에너지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수입하는 화석연료를 함께 구매하고 저장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양국의 화석연료 수입 규모를 합치면 연간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며 "공동 구매와 저장을 통해 비용을 5~10%가량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수소도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AI와 반도체에서도 각국의 강점을 합쳐야 한다고 봤다. AI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만큼 따로 투자하기보다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한국의 제조 역량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기술이 서로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AI가 못하는 일 해야"…직접 쓰고 실패하는 경험

15일에는 청년들과 AI 시대 리더의 역할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리더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역량은 생각하는 힘과 공감 능력,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몸을 활용하는 기술 등 네 가지다. AI가 답을 내놓더라도 어떤 문제를 풀지 정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AI는 내 지능을 높여주는 일은 하는데 그 지능이 지혜까지는 아니다"라며 "AI가 풀어줘서 문제 해결이 다 되는 것도 아닌 것이 사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AI를 직접 사용해야 한다는 주문은 임직원들에게도 해왔다. 지난해 8월 이천포럼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이 AI를 친숙하게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혁신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도 AI가 업무를 대신할수록 사람은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자신도 여러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일정과 보고 내용을 정리하는 데 쓴다고 소개했다. 직원들에게도 각자 에이전트를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패를 피하려고만 해서는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실패를 하고 난 다음에 적응하는 회복탄력성과 쉽게 일어나고 또 도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6일 "학교는 실험하는 곳으로"…노동 변화에는 적응 시간 필요

마지막 강연에서는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최 회장은 졸업장보다 문제를 해결하고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다만 공부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성적을 잘 받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학생들이 AI로 무언가를 만들고, 기업이나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CLX 현장경영(MBWA)에서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SK]

임직원들에게 AI를 직접 써보라고 주문한 데 이어 청년들에게도 배운 내용을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라고 권한 것이다. 학교 역시 학생들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일하는 방식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정해진 시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이 회사와 프로젝트를 선택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급격한 변화의 부작용도 짚었다. 전환이 너무 빠르면 대량 해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기업과 사회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하나씩 실험을 해야 하고 여기에 회사나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