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동차 3사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시장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개막해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2026 파리모터쇼에서는 중국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브랜드 헤리티지'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업체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전통과 유산을 살려 과거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이다.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이후 판매가 늘고 있는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의미도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내연기관 모델을 전기차로 되살려 친밀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시트로엥의 2CV, 푸조의 205 T16, 르노의 R5를 재해석한 차량이 전시됐다.
"독일에 비틀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2CV"
시트로엥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프랑스 기자는 "독일에 비틀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2CV가 있다"고 말했다.
사랑받았던 국민차를 되살려 향수를 자극하고 소형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는 프랑스 업체들의 전략을 설명한 것이다.
시트로엥 2CV는 1948년 처음 출시됐다. 르노 R5는 1972년, 푸조 205 T16은 1984년 각각 등장했다.
2CV는 국민차, R5는 친숙한 대중차, 205 T16은 고성능 모터스포츠 차량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주요 외신은 중국의 저가 전기차에 맞서 브랜드 유산과 자동차 역사를 활용해 시장 회복을 꾀하는 전략으로 평가했다.
2024년 출시된 르노의 'R5 E-테크'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기존 R5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2025년 프랑스 전기차 판매 1위와 유럽 B세그먼트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국민차부터 모터스포츠 차량까지 전기차로 재해석
이번 모터쇼에서 프랑스 3사는 각기 다른 용도의 브랜드 유산 차량을 선보였다.
시트로엥의 2CV 콘셉트카는 저가 도심형 전기차, 르노의 R5 터보 3E는 고성능 전기차, 푸조의 E-T16 콘셉트카는 모터스포츠용 고성능 전기차를 지향한다.
시트로엥은 내연기관차였던 2CV를 소형 전기차로 재해석했다.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며, 가격은 1만5000유로 수준으로 대량 판매를 노린다.

르노의 R5 터보 3E는 양산형 프로토타입이다. 과거 R5 터보를 고성능 전기차로 되살린 모델로, 디자인과 사용성, 색상 등을 다듬어 양산할 계획이다.
푸조의 E-T16 콘셉트카는 세계랠리선수권대회(WRC)에서 우승한 205 T16을 전기차로 재해석했다. 고성능 모터스포츠 전기차를 지향하지만, 양산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과 협력하면서 브랜드 역사로 경쟁
로이터는 프랑스 업체들이 중국 전기차와 경쟁하기 위해 복제하기 어려운 브랜드 유산을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르노에서 이미 성과를 낸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3사는 중국 업체들과 협력하면서도 이들이 갖지 못한 브랜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는 프랑스 자동차업체들이 처한 어려움이 반영돼 있다.
이번 모터쇼 기간에는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의 "차량 공급 과잉 시대이지만 공장 생산은 유지하고 싶다"는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스텔란티스는 2026년 2분기 유럽 사업에서 9400만유로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유럽 공장 가동률이 약 6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이 유럽 자동차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현지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란티스 CEO의 발언은 중국 모델 생산이 공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업체 차량을 생산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계획이다.
모터쇼에서는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가 중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와 유럽 업체 보호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업체와의 협력, 브랜드 유산을 활용한 차별화를 함께 추진하는 프랑스 3사가 판매 회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정구민 교수는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네오엠텔 창업 멤버로 활동했으며, 이후 SK텔레콤에서 근무했다.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랩스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유비벨록스·휴맥스·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산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현재 한국모빌리티학회 회장,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표준화협의체 운영위원장,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한국ITS학회 부회장, 한국자동차공학회 자율주행전장부문 이사, 대한전기학회 정보및제어부문회 이사, 서울대 AI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MG경영연구원·현대케피코·업스테이지·오토노머스에이투지·마음AI 자문교수도 맡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