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정비구역 해제와 도시재생 중심의 주택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당시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 호의 주택공급 기회가 사라졌고, 도시재생 등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주거환경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지난 20년간의 주택공급 정책을 분석한 '서울 주택 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백서는 2000년대 뉴타운 사업으로 확대된 주택공급 기반이 박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이후 정비구역 해제와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 정책을 거치면서 축소된 과정을 다루며 과거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 정비사업의 연속성과 주택공급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재임 시기인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 지정 해제된 정비구역은 총 389곳으로, 전체 683곳의 약 57%에 달한다. 이로 인해 당초 계획됐던 약 43만 호의 주택공급 기회가 사라졌다는 게 시의 분석이다.
해제된 구역 가운데 177곳에서는 현재 정비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체 해제구역의 약 45.5%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당시 정비사업 중단 이후에도 노후 주거지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 수요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정비구역 해제 과정의 절차적 문제도 백서에 포함됐다. 서울시가 해제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주민 의견조사 없이 직권해제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포함된 유형은 66곳이었다. 주민 의견조사를 거쳤으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분류한 곳은 264곳, 일몰제 적용 등으로 해제된 곳은 59곳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종로구 사직2구역은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을 이유로 주민 의견조사 없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대법원은 해당 직권 해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성북구 장위15구역은 일부 토지등소유자의 주소와 연락처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한 사례로 제시됐다. 영등포구 신길1구역은 주민 의견조사 투표 참여율이 12%에 그쳤는데도 해제가 이뤄졌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정비사업 축소의 영향은 착공 실적에서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서울의 정비사업 연평균 착공 물량은 2016~2020년 2만 9000호에서 2021~2025년 1만 5000호로 약 48.3% 감소했다.
시는 정비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사업 특성상 과거 정비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감소의 영향이 최근 착공 물량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정책에 투입된 재정의 효율성도 주요 평가 대상에 올랐다. 서울시는 과거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추진된 도시재생활성화사업에 약 9110억원,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약 1850억원 등 총 1조 960억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이후 다시 정비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재정 투자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동일 지역에 재정이 중복 투입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과거 정책의 한계를 분석하는 동시에 2021년 이후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통해 공급 기반을 확대해 왔다고 강조했다. 시는 2021년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신속통합기획 도입 등을 추진했으며, 이후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과 공공기여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여건을 개선했다.
2022년부터는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대상으로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 속에 2021~2025년 새로 지정된 정비구역은 172곳으로 집계됐다. 직전 5년인 2016~2020년 77곳과 비교하면 약 2.2배 수준이다.
서울시는 정비구역 지정 확대를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 호를 착공한다는 목표 아래 사업성 개선과 인허가 기간 단축, 사업장별 공정관리를 추진한다.
다만 정비구역 지정이 곧바로 주택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실제 착공까지 사업 추진 속도가 향후 공급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본 보고서는 과거 사례를 정확한 통계와 근거로 조사하고 문서화·기록화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현재 공급 부족의 원인을 정확히 알리고 서울시 주택공급 정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