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사업법인 절반 넘게 '부실'…죽은 사람 자격증까지 빌려 썼다

산림사업법인 절반 넘게 '부실'…죽은 사람 자격증까지 빌려 썼다

국조실·산림청 합동점검, 1907곳 중 1073곳 등록요건 미충족 의심
산림기술자 37.8% 자격대여·이중취업 의심…법인 342곳 수사의뢰
산림사업 계약 83%가 수의계약…산불 복원 조림지 20%는 활착률 50% 미만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산림 사업을 하겠다고 등록한 법인 절반 이상이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나 교도소 수감자 명의의 자격증을 빌려 기술자로 올려둔 업체도 나왔다. 매년 1조원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산림사업의 계약 10건 중 8건은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단장 김영수 국무1차장)은 16일 산림청과 함께 이런 내용의 산림사업 추진실태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은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됐다. 정부가 국가정상화 1차 과제 164개 가운데 하나로 정한 '건전한 산림사업법인 시장질서 확립'의 후속 조치다.

김영수 국무1차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림사업 추진실태 합동점검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점검 결과 전체 산림사업법인 1907곳 중 1073곳(56%·중복 제외)이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됐다. 자격대여 등 부정한 방법으로 기술인력을 채용한 의심 법인이 1010곳이었다. 사무실 요건 미달은 82곳, 자본금 요건 미달은 99곳이었다.

기술자 쪽도 심각했다. 산림기술자 1만2463명 중 4716명(37.8%)이 자격대여나 이중취업 등 위법 의심 대상에 올랐다. 추진단은 감사원 자료 등을 토대로 실제 근무 여부, 4대보험 가입, 근로계약서 작성, 급여 지급 형태 등을 따졌다.

드러난 수법은 다양했다. 33개 법인이 사망자 38명의 자격증을 도용해 기술자로 등재했다. 한 법인 대표는 고급 산림공학기술자가 2025년 12월 숨졌는데도 그 명의를 계속 보유 기술자로 올려 법인을 운영했다. 교정시설에 수감된 기술자나 6개월 넘게 해외에 체류한 기술자 명의를 빌린 사례도 있었다.

돈을 주고 자격증을 빌린 경우도 있었다. 한 법인 대표는 등록요건을 유지하려고 기술자 6명에게 연 100만~150만원씩 주고 자격증을 대여받았다. 일반음식점 용도 건물에 가벽을 세워 업체 2곳을 함께 운영하거나, 집기류 하나 없는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등록한 곳도 있었다.

정부는 10월6일 기준 법인 342곳과 기술자 401명을 수사의뢰했다. 사망·해외체류·수감 등 장기부재자 명의 사용 건(기술자 134명·법인 174곳)은 9월 수사의뢰를 마쳤다. 다른 업종 근로소득이 함께 확인된 기술자 423명과 법인 413곳은 10~11월에 수사의뢰한다. 무자격 법인의 사업 수주(입찰방해)는 분석을 거쳐 12월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등록요건 미충족 법인과 위법 의심 기술자는 청문을 거쳐 전원 행정처분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관리는 허술했다. 산림청이 해마다 하는 정기 실태조사의 위법 법인 적발률은 6%에 못 미쳤다. 적발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사례가 3건 있었다. 최근 3년간 자격·등록취소 같은 주요 행정처분은 12건(기술자 8건·법인 4건)뿐이었고, 대부분 수사기관 통보나 제보로 이뤄졌다.

법인이 낸 서류 위주로 조사한 탓이다. 산림기술정보시스템은 4대보험 가입이나 주민등록번호 같은 행정정보와 연계되지 않았다. 사망하면 자격을 말소하는 기준도 없었다.

정부는 처벌을 강화한다. 자격대여 벌칙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인다. 등록요건 미비 과징금 상한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린다. 등록이 취소되면 재등록 제한 대상을 법인에서 대표자와 원인행위자까지 넓힌다. 법인을 양도하거나 합병해도 행정처분 효과가 넘어가도록 한다. 사망자 자격 말소 기준을 마련하고, 기술자 검증에 주민등록번호와 고용보험 정보를 쓸 근거도 만든다. 특별사법경찰 전담화와 신고포상금제도 도입한다.

다만 다른 업종보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 산림사업법인의 기술인력 등록요건은 실제 공정과 사업량을 분석해 현실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계약 구조도 문제였다. 2023~2025년 주요 산림사업 계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 계약금액 기준 수의계약 비중이 약 83%였다. 소액 발주(용역 1억원·사업 1억6000만원 이하)에 따른 수의계약이 42%, 산림조합 등에 대행·위탁하면서 맺은 수의계약이 41%였다.

수의계약은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소액 수의계약은 해당 시·군 업체로 참가를 제한하고, 적격성 심사 없이 가격만으로 업체를 고른다. 페이퍼컴퍼니가 사업을 따내기 쉬운 구조다. 2023년 1월~2026년 9월 나라장터 산림사업 입찰을 분석했더니 '벌떼입찰'이 의심되는 법인이 120여곳 나왔다. 가족·지인 명의로 여러 법인을 세우거나 대표·주소·전화번호를 공유한 법인들이 같은 입찰에 동시에 참여한 경우다. 대부분 소액 수의계약이었다.

정부는 수의계약을 경쟁계약 중심으로 바꾼다. 사업 쪼개기를 막으려고 예산 편성 단계부터 적정 사업 규모를 반영한다. 수의계약을 하려면 사전검토서를 작성해 시·도지사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대행·위탁 수의계약 범위는 재해 대응,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연속·통합 사업, 국가 산림자원조사 같은 공공성 높은 시책사업으로 좁힌다. 1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하던 벌점업체 감점은 모든 적격심사로 확대한다. 산림청 국유림사업의 경쟁계약 비율 목표는 올해 52%, 2027년 70%, 2030년 80%다. 2024년에는 10.1%였다.

산불 피해 복원도 부실했다. 대형산불 피해 조림복원지 1145곳과 숲가꾸기 사업지 71곳을 점검한 결과 79건(조림 56건·숲가꾸기 23건)의 부적정 사례가 나왔다. 조림복원지의 20%는 심은 나무가 살아남은 비율(활착률)이 50%에 못 미쳐 재조림 등 집중관리가 필요했다. 활착률 자료는 지자체가 각자 관리해 통합 추적이 안 됐다. 하자담보도 발주청마다 달랐다. 조림사업 4673건 중 하자담보를 설정한 건 1620건(35%)뿐이었다.

정부는 부적정 사례에 벌점을 매기고 시정 조치와 회수·정산 의견을 지자체에 통보했다. 산림경영이음시스템으로 활착률을 통합 관리하고, 조림사업 하자담보 책임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