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코스피가 5000대로 주저앉으며 7월 급락장 수준까지 밀려났다. 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주가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에 흔들린 영향이다.
3분기 실적시즌이 증시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국내외 AI 관련 기업들은 호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뒷걸음질쳤다. AI를 향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거품론'과 '성장론'이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10시 48분 5545.59에 거래되고 있다. 이 흐름대로 5000선에서 장을 마치면 지난 7월 30일(5593.56) 이후 77일 만이다. 코스피는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9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9385.59)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도 실적시즌을 반등 변곡점으로 지목해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코스피의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2027~2028년 컨센서스는 오히려 상향되고 있다"며 "10월 후반부터 본격화되는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3분기 실적시즌 이후 컨센서스 추가 상향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적 개선이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3.9% 하락했다. 3분기 매출은 116억6000만유로로 시장 전망치인 117억1000만유로를 소폭 밑돌았다. 다만 매출총이익률은 57.5%, 순이익은 49억6000만유로로 각각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발표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당일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실적 호조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만큼 AI 관련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인프라 확장에 커진 부담, 자금조달 능력도 관건
AI 관련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도 달라지고 있다. 설비투자 규모와 성장 가능성에 집중했던 시장의 관심이 투자 수익성과 자금조달 여건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코어위브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AI 기업 등에 임대하는 사업을 한다. 전일 회사채 금리 급등으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 우려가 커지면서 코어위브 주가는 15% 넘게 급락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설비투자 재원이 잉여현금흐름(FCF)에서 타인자본 의존으로 옮겨가면서 AI의 금리 민감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브로드컴 등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밝혔듯 개별 기업 이슈도 결국 자본 제약과 수익성 문제로 귀결돼 금리라는 거시 변수와 연동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산업의 성장 전망을 두고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다. 월가의 대표 기술주 분석가인 댄 아이브스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AI 투자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가 AI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피가 6~12개월 안에 전고점인 9000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놨다.
반면 미국 IT 리서치·자문업체 가트너는 AI 투자수익성에 경고음을 울렸다. 가트너는 2026~2030년 AI 인프라 투자액이 약 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데이터센터발 AI 매출은 3조6000억달러 이하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의 투자 속도가 유지되면 2030년까지 3조5000억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이 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AI 성장성 논쟁을 넘어 증시의 바닥 확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 연구원은 "과거 극단적인 급락 이후 곧바로 V자 반등이 나타나기보다는 바닥 확인 과정을 거친 뒤 반등을 통한 평균회귀가 진행됐다"며 "투자 시계를 늘릴수록 추가 하락 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후 대만 TSMC를 시작으로 이달 말 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호실적만으로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시장은 실적 숫자 자체보다 AI 투자가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