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까지 인명 피해를 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방공망 대응 실패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우디는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10개 포대를 이미 계약하고 조기 납품 가능성까지 문의한 국가다. 이번 공격을 계기로 방공체계 보강에 속도를 낼 경우 한국 방산업계에 추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중동 당국자들을 인용해 사우디 당국이 후티의 공격을 조기에 탐지하지 못한 원인과 방공 체계의 대응 실패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강타한 공격으로 12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이튿날 공항 여객터미널이 다시 공격받아 1명이 추가로 숨지고 11명이 부상하면서 사망자는 최소 13명으로 늘었다.
사우디 항공당국은 안전 점검과 추가 공격 위험 등을 고려해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운영 중단을 오는 17일 오후 9시(그리니치표준시)까지 연장했다. 항공사들도 리야드 노선 운항을 잇달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현재 사우디 방공망의 핵심 축은 미국산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다. 그러나 넓은 국토 곳곳에 위치한 공항과 석유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을 방어해야 하는 데다 후티가 미사일과 드론을 함께 동원하면서 방공망 운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가 곧바로 한국산 무기의 추가 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우디가 기존 방공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방어 범위를 확대하려 할 경우 이미 계약한 천궁-Ⅱ의 조기 배치나 추가 물량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0개 포대 계약한 사우디…지난 4월 조기 납품 문의
사우디는 이미 한국산 방공무기의 주요 고객이다.
사우디 국방부는 2023년 11월 당시 LIG넥스원과 32억달러 규모의 천궁-Ⅱ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사실은 2024년 2월 한국 국방부를 통해 공개됐다. 계약 물량은 10개 포대로 알려졌으며 원화로 환산하면 약 4조원 규모다.
LIG넥스원은 올해 3월 회사 이름을 'LIG Defense & Aerospace(LIG D&A)'로 변경했다.

천궁Ⅱ는 최대 사거리 약 40㎞, 요격 고도 약 15㎞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로 수출은 국내 방산업체 세 곳이 나눠 맡는다. LIG D&A가 체계종합과 요격미사일을, 한화시스템이 다기능레이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를 담당한다.
최초 인도 시점은 2028년께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조기 인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4월 사우디는 국내 방산업체에 인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신은 사우디가 LIG D&A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 천궁-Ⅱ 인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킹칼리드 공항 피격 이전부터 방공무기의 조기 확보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공항 공격에 대한 조사 결과와 향후 방공망 보강 계획에 따라 조기 인도 협의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나 국내 방산업체가 이번 공격 이후 새로운 계약 또는 일정 변경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UAE 추가 공급 요청…카타르·쿠웨이트도 관심
중동 지역에서 천궁-Ⅱ를 둘러싼 움직임은 사우디에 그치지 않는다.
UAE는 2022년 약 35억달러 규모의 천궁-Ⅱ 계약을 맺은 첫 해외 고객이다. 올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천궁-Ⅱ가 실제 요격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전 성능에도 관심이 쏠렸다.
UAE 방공망에는 천궁-Ⅱ뿐 아니라 미국산 패트리엇과 이스라엘산 애로 등 여러 체계가 함께 운용된다. 이에 따라 전체 요격 실적을 천궁-Ⅱ만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UAE가 이후 한국 측에 천궁-Ⅱ 조기 인도와 요격탄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와 쿠웨이트도 천궁-Ⅱ 도입을 검토하거나 국내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중동 각국이 기존 미국산 중심의 방공망을 다층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한국산 체계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가 UAE와 사우디, 이라크에서 확보한 천궁-Ⅱ 계약 규모는 총 95억달러에 달한다. UAE가 35억달러, 사우디가 32억달러, 이라크가 약 28억달러 규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란전이 장기화되며 중동 시장의 소요는 천궁뿐 아니라 L-SAM 등 지대공 미사일 체계까지 많다"며 "사우디 시장에서도 많은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떤 무기체계에 대한 소요가 어느정도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구체적인 도입 품목이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주문 늘어도 곧바로 납품 어려워…생산능력이 변수
중동 국가들의 방공무기 수요가 실제 계약과 납품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방공체계는 레이더와 지휘통제소, 발사대, 요격미사일 등을 함께 구성해야 한다. 구매국의 요구에 맞춘 시험과 교육, 현지 배치 과정도 거쳐야 해 계약 직후 바로 운용하기 어렵다.

이미 UAE와 사우디, 이라크 물량이 생산 일정에 반영돼 있어 추가 주문을 받더라도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국내 군에 공급할 물량과 수출 물량을 함께 생산해야 한다는 점도 조기 납품의 제약 요인이다.
방산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증설이 실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중동 각국의 예산과 요구 성능, 기존 방공체계와의 연동 문제도 계약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과 협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방공체계 계약은 정부 간 협의와 기술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수요가 늘었다고 곧바로 수주잔고로 잡히는 것은 아니어서 계약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