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투자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한국 투자에 대해 확정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힘을 통해 동맹국 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는 효과를 내면서도, 나중에 어찌되든 중간선거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알래스카에서 자신의 업적을 부풀려 공화당 표심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500억달러(약 6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이는 한미 무역·투자 합의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투자 확정 부인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에도 알래스카주 지원 유세에 나서 대만이 LNG 사업에 44억달러(약 5조9000억원)를 투자하고 향후 20년간 생산량의 30%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대만 투자금은 한국이 이미 약속한 500억달러(약 67조원)에 추가되는 금액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을 다시 끌어들였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한국이 투자를 확약했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투자 여부와 규모 모두 미확정이라는 입장을 이미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대만 정부 입장도 비슷하다. 국영 에너지기업 CPC의 최대 44억달러 투자 계획 자체는 밝혔지만, 세부 투자 조건, 지분율, 내부 승인 절차는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추가 협상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팡전런 CPC 회장이 이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상세 자료를 받지 못해 투자 수익성을 평가할 수 없다. 최종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트럼프는 그런데 14일 다시 대만이 알래스카 LNG를 700억~800억달러 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20년간 가스관 공급량의 30%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LNG 투자를 처음으로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5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통상부는 이튿날 사업 참여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직은 사업성을 확인하는 단계고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투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미국 상무부 공식 문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과 비슷하다. 상업성과 양국 법적 요건 충족을 전제로 사업 검토에 착수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달리 이 문서에는 투자 금액과 확정 시점은 분명하게 명시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입장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투자하지 않으면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겠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JD 밴스 부통령은 이 사업에 대해 한국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경제성 의문시...높은 건설비로 수익성 장담 못해
한국 정부가 쉽사리 투자 결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사업성 때문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수출항까지 약 1300㎞ 가스관과 액화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예상 사업비는 445억~545억달러에 달한다. 이 비용이 초창기 예상했던 것이고 최근에는 7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 비용도 문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간 LNG 생산능력 100만t당 건설비는 최대 27억달러로, 미국 멕시코만 연안 주요 사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혹한 지역에 장거리 가스관을 건설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판매 계약도 부족하다. 주사업인 글렌파른은 연간 수출 목표 2000만t 중 1300만t에 대한 구매 약정을 확보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에 필요한 물량은 1600만t으로, 추가 계약과 기존 약정의 확정 계약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 사업 착수까지도 절차가 남아 있다. 글렌파른은 올해 가스관, 내년 LNG 수출시설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LNG 수출 목표는 2031년이다.
11월3일 중간선거 초접전...알래스카도 험지 돼
그럼에도 트럼프가 거의 막무가내식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현재 알래스카에서는 댄 설리번 공화당 현직 상원의원은 메리 펠톨라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종합사이트 리얼클리어폴링(RealClearPolling) 집계에서 펠톨라 후보 지지율은 48.8%로 설리번 의원(47.4%)보다 1.4%포인트 높았다.
알래스카는 높은 난방비와 물류비로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LNG 사업으로 일자리 1만3000개 이상을 만들고 가구당 연간 에너지 비용을 2000달러 넘게 줄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자신과 공화당만이 한국 등 동맹을 압박해 이 사업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압박이 있어도 사업 참여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은 만큼 미국 측 발표만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며 "가격과 계약 조건, 국내 기업 참여에 따른 경제적 효과까지 따져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