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수억원대로 불어나면서 사업 추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공사비 협상과 조합원의 자금 마련 부담이 착공을 늦춰 공급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전용면적 84㎡를 소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4억30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9월 1억8000만원에서 1년 만에 2억5000만원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 5월 추정액인 3억2000만원과 비교해도 1억1000만원 늘었다.
다른 강남권 단지도 수억원대 분담금이 예상된다. 압구정3구역은 전용 84㎡ 소유자가 같은 면적을 선택할 경우 5억41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압구정4구역은 같은 조건에서 약 7억원, 신반포2차는 기존 전용 68㎡에서 65㎡로 면적을 줄여도 4억8000만원의 분담금이 발생한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목화아파트는 전용 67㎡ 보유자가 84㎡를 선택할 때 예상 분담금이 2024년 약 5억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늘었다. 수정아파트도 기존 전용 79㎡에서 84㎡로 옮기려면 약 7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북권에서는 일반분양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조합원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노원구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은 재건축을 통해 약 1700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지만 기존 전용 50㎡에서 84㎡로 옮기려면 약 4억20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상계주공6단지는 기존 전용 49㎡에서 같은 면적을 선택해도 약 7870만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공사비 상승에 사업비 부담 가중…증액 갈등도 확산
조합원 분담금이 커지는 주요 배경으로는 공사비 상승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지난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전년 동월보다 5.98%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특화설계와 고급화 경쟁까지 겹치면서 사업비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늘어난 비용을 일반분양 수익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건축은 새 아파트를 일반에 분양해 얻은 수익으로 사업비 일부를 충당하는 구조다. 그러나 기존 용적률이 높아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어렵거나 분양가격에 제약이 있는 단지는 비용 증가분이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금융비용까지 늘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공사비 증액 문제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에서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기존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공사비를 2899억원가량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이견이 발생했다. 다만 양측은 최근 3.3㎡당 공사비를 899만원으로 조정하는 데 잠정 합의했으며 추가 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금액을 확정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 상대원2구역은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시공사 교체와 법적 분쟁으로 확대된 사례다.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가 9849억원이던 공사비를 1조8479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견이 커졌다. 조합은 GS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지난 7월 법원이 관련 총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계약 조건과 사업 일정에 불확실성이 남았다.
공사비 협상을 마친 사업장에서도 상당한 증액이 이뤄졌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지난해 공사비가 기존 5800억원에서 8366억원으로 2566억원 증가했다. 설계 변경과 공사 중단, 공기 연장에 따른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사업비 조정을 둘러싼 협의가 길어지면 착공이 늦어지고 지연 기간에 발생하는 금융비용이 다시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착공 늘었지만…후속 공급은 비용 합의가 관건
서울의 주택 착공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급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의 비용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서울의 주택 착공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7월 주택 착공은 1만9507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4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아파트 착공은 1만4995가구였으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물량이 1만2211가구로 81.4%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향후 정비사업 착공 물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2026~2028년 85개 정비구역에서 8만5000가구를 조기 착공하고 2031년까지 총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합원의 자금 부담은 서울시가 파악한 정비사업 현장의 주요 애로사항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신규 규제 대상 정비구역 117곳을 조사한 결과 확인된 고충 사례 127건 중 50%가 조합원 분담금 부담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주 단계에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위해 올해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편성했다.
향후 재건축 공급 확대의 관건은 인허가 절차 단축과 함께 늘어난 비용을 얼마나 원활하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사비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조합원들이 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급 계획과 실제 착공 사이에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비용 조정과 금융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사업 지연 위험을 줄이고 착공 확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 상승과 분양 수입 한계가 겹치면 사업성이 확보된 단지라도 조합원이 추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용적률 인센티브나 임대주택 비율 완화 등 사업성 보완책과 함께 고령 조합원을 위한 분담금 장기 분할 납부나 입주 후 상환 등 현실적인 자금 조달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