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100여 년 전 대구의 역사가 가을밤의 빛과 음악을 타고 다시 살아난다.
선교사들이 걸었던 청라언덕의 돌계단, 근대 의료와 교육의 씨앗이 뿌려진 오래된 건축물, 그리고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골목길이 이틀 동안 특별한 역사문화 무대로 변신한다.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는 오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청라언덕과 근대골목 일원에서 '2026 대구 국가유산 야행'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청의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공모에 선정된 사업으로, '청라에서, 근대를 거닐다'를 주제로 열린다.
지난해 경상감영공원에서 개최됐던 야행은 올해 청라언덕과 근대골목으로 무대를 옮겼다.
특히 근대 대구의 의료와 교육 발전에 기여한 선교사들의 삶과 활동, 그들이 남긴 건축유산과 역사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행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청라언덕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대구 선교기지의 주요 유산이 자리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청라언덕은 대구 근대사의 중요한 현장이다. 선교사 주택을 비롯한 근대건축물들이 남아 있어 대구의 의료·교육·종교·문화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대구 중구는 이번 야행을 통해 이러한 국가유산의 가치를 시민과 관광객에게 알리고, 역사적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행사는 야경(夜景), 야사(夜史), 야설(夜說), 야식(夜食), 야시(夜市), 야화(夜畵), 야로(夜路), 야숙(夜宿) 등 여덟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단순히 유산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빛과 공연, 전시, 체험, 먹거리와 해설투어를 결합해 근대 대구의 이야기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개막식은 16일 오후 7시 청라언덕 메인무대에서 열린다.
전통의 멋을 담은 수건춤 공연으로 시작해 여덟 가지 야행 테마를 상징하는 퍼즐 점등식이 펼쳐진다.
이어 근대 대구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공연이 가을밤의 분위기를 더할 예정이다.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블레어 주택 미디어파사드'다.
근대건축물의 외벽을 활용한 빛의 연출로 청라언덕의 역사적 공간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선교사의 피아노 정원'에서는 음악과 근대역사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무대가 펼쳐진다.
계산성당에서는 파이프오르간 공연이 열려 근대건축의 아름다움과 웅장한 선율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청라체험스테이 근대야담회'도 마련돼 근대 대구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다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챔니스 주택 내부도 개방한다.
방문객들은 선교사들이 생활했던 공간을 직접 둘러보며 당시의 생활상과 근대 대구의 변화상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근대골목을 걸으며 역사를 배우는 야간 해설투어도 운영된다.
근대골목해설사와 함께 독립운동의 흔적과 대구읍성의 역사,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3개 코스가 마련된다.
낮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길도 밤의 조명과 해설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역사적 공간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여러 겹의 도장을 찍어 그림엽서를 완성하는 레이어 스탬프 투어를 비롯해 달등 만들기, 단청 그리기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근대식 주전부리를 맛볼 수 있는 먹거리 공간과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는 마켓도 운영된다.
대구 중구는 이번 행사가 지역의 국가유산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원도심 관광과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청라언덕과 근대골목은 대구의 대표적인 역사관광 자원인 만큼 야간 문화콘텐츠와 결합할 경우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지역 관광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은 “청라언덕과 근대골목은 대구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소중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야행에서 국가유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가족·연인·친구들과 함께 빛과 음악,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가을밤의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래된 건축물은 말이 없지만 그 안에는 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는 16일과 17일, 청라언덕과 근대골목에서 펼쳐지는 '2026 대구 국가유산 야행'은 근대 대구의 역사와 오늘의 시민들이 빛과 음악으로 만나는 특별한 가을밤이 될 전망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