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3년간 외부 법률자문 481건을 의뢰하면서 상당수 계약을 대형 법무법인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자문료 집행 내역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회 제출 자료에서 제외돼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기금운용 관련 법률자문 현황(2023년 8월-2026년 8월)'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기금운용본부가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한 법률자문은 총 481건으로 집계됐다.
자문 업무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태평양·세종·광장·율촌 등 국내 주요 대형 로펌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규모 해외 투자계약과 같은 전문적인 법률 검토뿐 아니라 정형화된 계약 변경이나 최혜국대우(MFN·Most Favored Nation) 선택권 검토 등 반복적인 업무에도 외부 법률자문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MFN 관련 검토와 변경계약 자문에는 건당 1,000만-2,000만원대의 비용이 지급됐으며, 복잡한 신규 투자사업의 경우 자문료가 건당 7,000만-9,000만원에 달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를 두고 공단 내부에 기금운용 관련 법무 전문인력이 있는 만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법률 검토까지 외부 로펌에 맡길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자문 계약의 선정 방식과 비용 집행 내역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연금공단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일부 법률자문 건의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단은 자문료가 사안의 난이도와 투입 시간 등을 고려해 결정돼 로펌의 보수 산정 기준과 거래조건에 관한 민감한 영업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또 해당 정보가 외부에 공개될 경우 향후 자문료 협상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비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 노후 자금으로 조성된 연기금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지출인 만큼,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와 별개로 국회의 예산 집행 검증이 가능하도록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문료 산정 기준과 계약 체결 방식, 특정 법무법인에 대한 의뢰 집중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 의원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대형 로펌에 일감을 집중시키고, 로펌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문료 집행 내역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형화된 MFN 검토 등 반복적인 법률 업무는 내부 법무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외부 법률자문단 운영과 선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 특정 대형 로펌에 편중된 수의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공단은 비공개 처리한 법률자문료 집행 내역을 국회에 투명하게 제출하고, 국민의 노후 자금이 적정하게 사용됐는지 검증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