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지역 대표 전시회를 5개 이상 키우겠다는 전시산업 육성 계획을 내놨다. 목표는 “CES 수준의 글로벌 국가대표 전시회”다. 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재원 계획은 빠졌다. 정부 지원 예산은 최근 5년 새 오히려 줄었다.
정부는 14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에서 관계부처 합동 '전시산업 발전 로드맵 2030'을 논의했다. 비전은 "수출 1조 달러에 걸맞은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이다. 3만㎡ 이상 산업·문화 융합형 대형 전시회 비중도 5%에서 20%로 4배 높이기로 했다.

첫 과제는 첨단산업 전시회 통합이다. 정부는 한국전자전, 반도체대전, 아시아 기계 제조전, 로보월드, 산업AI EXPO 등 5개 전시회를 AI 주제로 묶은 ‘K Connect AI’를 올해 하반기 처음 연다. 2028년 11월 킨텍스 제3전시장(총 17만㎡)이 준공되면 통합 개최해 아시아·태평양 최고 첨단산업 전시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K-뷰티·푸드 전시회는 봄·가을 도시축제와 묶어 대형 행사로 만든다.
지역 전시회도 키운다. 5극 3특 성장엔진과 연계한 지역대표 전시회를 내년 1월 공모해 4~5개를 뽑는다. 2029년 중간평가 뒤에는 2~3개로 압축해 해외 로드쇼 등 글로벌화를 지원한다. 전시장 면적 5000㎡ 이상 지역은 '전시산업 발전지구'로 지정해 인프라 개선과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등의 혜택을 준다.
로드맵 본문은 목표와 거리가 먼 현실을 그대로 담았다. 산업통상부의 전시회 지원 예산은 2022년 63억원에서 2023년 55억원, 2024년 52억원, 2025년 48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53억원이다. 정부는 이 예산을 두고 "기업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소규모로 분산 지원"된다고 평가했다. 연간 70회 전시회에 1회당 7000만원 안팎이 돌아가는 구조다.
그럼에도 이번 로드맵에는 총사업비나 연도별 재정 투입 계획이 없다. 4대 전략, 12개 정책과제 가운데 상당수는 위원회 신설, 법 개정, 가이드라인 개발, 얼라이언스 구축 같은 제도 과제다.
글로벌 격차도 크다. 국내 최대 전시회 SIMTOS의 외국인 참관율은 6%, 방산전시회 ADEX는 4%다. 미국 CES는 36%, 독일 하노버메세는 42%다. SIMTOS의 해외 참관객 수와 거래액은 하노버메세의 10% 수준이다. 2024년 국내 전시회 736건 가운데 3만㎡ 이상 대형 전시회는 38건(5.2%)이었다. 62.2%는 B2C 전시회였다.
업계 체력도 약하다. 국내 전시 주최사 1014곳 가운데 70%는 직원 9인 이하다. 해외에 진출한 곳은 8곳, 현지 사무소를 둔 곳은 코엑스와 엑스포럼 2곳뿐이다. 비수도권 전시장 11곳 중 7곳은 지난해 가동률이 50%를 밑돌았다. 수도권은 지난해 대형 전시회 31건을 열었고, 비수도권은 7건에 그쳤다.
추진체계는 새로 짠다. 정부는 2027년 하반기까지 중앙·지방정부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가칭)전시산업발전위원회'를 만들고 전시산업발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부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전시산업발전협의회는 이미 운영 중이다. 로드맵은 이 협의회를 두고 "정책 기획·조정 기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 전시산업발전법 제정 이후 18년 동안 정책 구심점이 없었다는 얘기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