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행태를 방지하고자 제정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을 전면 재검토해 허점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이 개최한 '하도급거래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청회'에서 패널 및 청중들은 이번 법률 개정안이 일부분의 잘못을 바로잡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집중 성토했다.
지난 84년에 제정된 '하도급법'은 그간 9차례 개정돼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체 간 불공정 거래를 줄이는데 일조해온 것이 사실. 이번 공청회는 '하도급법' 개정과 관련해 처음으로 마련돼 중소기업의 의견을 반영하는 자리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는 하도급 업체들의 건실화를 위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사항들임에도 불구, 그간 법조문에 명문화되지 않아 불공정 거래를 방치하는 원인이 됐다.
이번 공청회에서 이같은 개정안은 부실한 '하도급법'의 일부분을 고치는 수준일 뿐, 더 큰 부분을 개정 또는 신설해 대기업의 부당한 처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다.
패널로 나선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은 ▲하도급 업체의 기술·영업비밀 제출을 금지하는 기술자료예치제도 신설 ▲서면교부 및 서류보존 강화 ▲수급사업자의 피해보상을 위한 조정전치주의 도입 ▲제안서 작성에 대한 비용보상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승일 연구위원도 "매출액과 종업원수 등을 기준으로 하는 '하도급법'의 적용대상 범위는 강자와 약자를 적절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모에 관계없이 위탁기업의 부적절한 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도급법'을 비롯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에 관한 법률이 5개에 이르고 있어, 중복과 상충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는 물론 실질적으로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을 발굴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김순종 협력정책팀장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이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등으로 수위가 낮다는 패널 및 청중들의 지적에 대해 "더 엄격한 제재를 통해 중소기업의 권익보호 및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최근 제조업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단가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잦다"며 "이 때 수급사업자가 사정상 공정위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사태를 적절히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번 개정안 자체에도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이서구 조사관리부장은 "보증서 사본을 발주자에 제출토록 하는 개정안의 경우 원사업자가 사본 제출 후 곧바로 지급보증을 해약하는 사례를 방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급보증제도가 원활히 정착된 미국에서 하도급대급지급보증서(Payment Bond)는 원사업자가 보증서 원본을 제출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소 하도급업체들이 대기업의 거래관행에 대해 느끼는 불만은 밤을 새우고 늘어놔도 모자랄 판. 정부와 국회에서 구호뿐인 상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현황을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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