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대한 불복을 2심으로 끝내는 현행 구조가 국정감사에서 정면으로 문제가 됐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공정위가 스스로 조사하고 판단하는 구조에서 2심제를 유지할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3심제로 바꾸면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 위원장은 12일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법 100조를 짚었다. 이 조항은 공정위 처분에 대한 소송을 서울고등법원 전속관할로 정한다. 공정위 의결이 사실상 1심을 대신하는 구조다. 1998년 행정법원이 문을 연 뒤 일반 행정사건은 3심제로 바뀌었다. 공정위 사건만 2심제로 남았다.

유 위원장은 다른 기관과 비교했다. 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감사원·조세심판원의 처분은 모두 3심 재판을 거친다.
국세 불복 절차와도 대조했다. 국세는 이의신청·과세전적부심사 단계에서 외부 전문가가 위원 다수를 차지한다. 이후 조세심판원이나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심판·심사를 거친다. 행정소송으로 가면 다시 3심이다.
공정위는 다르다.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은 공정위가 직접 재심사한다. 위원 11명 가운데 외부 위원은 5명이다. 유 위원장은 "외부 전문가 숫자를 더 늘리는 게 처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 아니냐"고 물었다.
유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사법절차를 생략하는 준사법절차의 요건으로 기관의 독립성·공정성을 꼽았다. 양 당사자가 대등하게 공격·방어하는 대심적 구조와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도 제시했다.
공정위가 내세워 온 미국 사례도 반박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조사권과 처분권을 모두 갖는다. 다만 처분은 조사관과 독립된 행정법판사(ALJ)의 결정을 거친다. 법무부(DOJ) 사건은 위법성 최종 판단을 법원이 내린다. 유 위원장은 "판사가 결정하기 때문에 2심 사법절차를 생략할 근거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절차도 없이 2심제가 합당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대안도 내놨다. 유 위원장은 3심제가 맞다는 입장이다. 최소한 2심제를 유지하려면 처분권이나 이의신청에 대한 최종 판단을 공정위 밖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총리실 산하 행정심판이나 조세심판원 같은 별도 기관이 판단하는 방식이다.
주 위원장은 반대했다. 그는 "현행 2심제에서도 사건 처리 기간이 매우 길다"고 답했다. 3심제로 가면 처리 기간이 더 늘어난다는 취지다. 2심제를 운영하는 나라가 더 많다는 점도 들었다.
주 위원장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의 조직과 조사 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절차적 공정성을 개선하는 변화가 많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FTC와 꾸준히 소통하며 그에 준하는 제도 개선을 해 왔다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그간의 제도 개선 내역을 자료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질의에서는 심사보고서상 과징금과 최종 의결 과징금의 격차도 도마에 올랐다. 주 위원장은 심사보고서는 조사관 의견만 반영한 것이라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처분의 무게는 커지는데 판단 구조는 공정위 안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이 국감 내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상임위원장이 직접 구조 개편을 거론한 만큼 입법 논의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