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 10명 중 6명은 사건 조사·처리 부서 출신이었다. 공정위가 소송에서 져 취소된 과징금 대부분도 대형 로펌이 대리한 사건이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관예우·이해충돌 실태를 전수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실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대형로펌 재취업자의 60%가 사건부서 출신이었다. 재취업자의 업무 이력은 전원 4급 이하 실무급이었다. 고위직이 아닌 실무 조사 인력까지 로펌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패소 과징금도 대형 로펌에 쏠렸다. 공정위 패소 과징금 599억원 가운데 594억원이 대형 로펌 대리 사건이었다. 최근 3년간 외부인 접촉 보고를 누락해 경고·주의 처분을 받은 직원은 27명이었다. 처분 인원은 해마다 늘었다.
전 의원은 "공정위가 로펌이나 대기업의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상임위에서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주 위원장은 퇴직자 접촉 관리를 과거보다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실무급 직원의 이해충돌 관리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전수조사 요구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반대 방향의 주문도 나왔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부인 접촉 규정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을 개정했다. 목적 조항에 '소통 촉진'을 넣었다. 외부 소통 우수 공무원 선발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동시에 보고 누락 징계는 세분화해 강화했다. 박 의원은 "모순된 조치"라고 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회 규정과 비교했다. 공정위는 '누구를 만나는가'를 기준으로 보고 의무를 정한다. 금융위는 검사·인허가·불공정거래 조사 등 '어떤 업무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법령 제·개정과 시장 모니터링은 보고 대상에서 뺐다.
박 의원은 조사·심사를 제외한 정책 수립·경제분석 분야의 접촉금지 폐지를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주 위원장은 금융위 규정을 검토해 고칠 부분이 있는지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의원들이 한 규정을 두고 강화와 완화를 동시에 요구한 셈이다. 전관 차단과 시장 소통이 하나의 규정 안에서 부딪치는 구조로 풀이된다. 공정위가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규정 손질 방향이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