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이혼한 배우자가 혼인 기간의 기여를 인정받아 지급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분할연금이 최근 5년간 청구기한 경과로 3만 8천여 건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극으로 수급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6월까지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한 분할연금 수급권은 총 3만 8,66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의 수급권 소멸 건수는 2만 3,600건으로 전체의 61.0%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6,372건에서 2025년 1만 2,790건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올해도 6월까지 7,526건의 수급권이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할연금은 이혼과 동시에 자동으로 지급되는 구조가 아니다. 국민연금법 제64조에 따라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취득과 본인의 수급연령 도달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한 뒤 당사자가 직접 청구해야 한다. 수급권 발생 이후 5년의 제척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

이혼 후 3년 이내에 미리 신청할 수 있는 선청구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이 역시 당사자가 제도를 인지하고 직접 신청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수급권 발생 이전에는 이혼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워 대상자에게 개별적으로 안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혼 시점과 분할연금 청구 시점 사이에 수십 년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현행 제도는 연금 환수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민연금 환수결정액은 총 1,016억 7,7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분할연금 관련 환수액은 451억 8,700만 원(44.4%)에 달했다. 환수 사유별 금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이다.
분할연금이 뒤늦게 청구되면 기존에 전 배우자에게 지급된 노령연금 중 분할 대상 금액을 환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도 현행 제도의 한계를 인정했다.
공단은 소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전 배우자가 반환일시금을 수령하거나 연금 수급 전에 사망하면 분할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혼과 연금 지급 시점 사이의 시간 차이로 전 배우자 간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혼 시점에 분할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해외에서는 이혼 과정에서 연금 분할을 함께 처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혼인 기간이 3년을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이혼소송 과정에서 연금 분할을 결정한다. 혼인 기간에 형성된 연금 가입기록을 이혼 시점에 나눠 각자의 연금 권리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이혼 이후 별도의 분할연금 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며, 전 배우자의 사망 등 사후 사정에 따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소 의원은 "이혼하고 한참 뒤 노후에 당사자가 직접 청구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수급권 소멸과 환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혼 시점에 분할연금 제도를 자동연계하고 가입기록을 반영하는 등 국내 실정에 맞는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