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100일은 짧다. 그러나 8년을 도정을 이끌어 온 도지사에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민선 9기 취임 100일이 막 지났다. 경북도는 미래산업 육성과 농업혁신, 돌봄 확대 등 지난 100일의 추진 성과를 내세웠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통합신공항 건설,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소멸 대응, 의료·돌봄 기반 확충은 경북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핵심 사업이 '추진하겠다'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 지사는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8년간 준비해 온 경북 대전환의 기반을 바탕으로 이제는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때”라고 했다.
바로 그 대목에서 질문이 시작된다.
8년을 준비했다면, 지금쯤 무엇이 달라졌어야 하는가.
행정통합은 연내 특별법 제정과 2028년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통합으로 확보할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 특례, 지역별 이해관계를 조정할 구체적인 해법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 주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도민에게 돌아갈 이익과 부담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행정통합이 정치권의 합의를 넘어 주민의 동의를 얻으려면 기대효과만큼 비용과 위험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통합신공항은 더욱 절박하다.
경북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강조해 온 사업이지만 안정적인 재원 조달과 추진체계 확정이라는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북도의 공동사업시행자 참여가 검토되고 있으나, 그에 따른 재정 부담과 책임 범위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경북도가 감당할 몫은 무엇이고, 언제까지 어떤 절차를 마무리할 것인지 도민에게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도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40여 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유치 희망 기관의 숫자가 성과는 아니다. 실제 이전이 확정되고 지역에 일자리와 정주 인구가 늘어날 때 비로소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미래산업 투자유치와 농업의 수출산업화 역시 계획과 조직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자 확정액과 실제 집행액, 신규 고용, 농가소득과 수출 증가 등 검증 가능한 지표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지난 100일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이철우 도정이 지난 100일 동안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래산업 육성 방향을 재정비하고 K-푸드 산업화, 돌봄체계 확대, 의료 기반 확충,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연계한 것은 정책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산업과 교육,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하나의 발전 전략으로 묶으려는 접근은 경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정책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우선순위와 책임도 명확해야 한다.
정책의 필요성과 정책의 성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직을 만들었다고 산업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계획을 발표했다고 사업이 완성된 것도 아니다.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설명만으로 지연된 사업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 지사는 초선 도지사가 아니다.
두 차례 임기를 거치며 경북도정을 이끌어 온 3선 도지사다.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했다는 강점이 있는 만큼 장기간 추진해 온 사업의 지연과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할 책임이 있다.
지난 8년 동안 무엇을 이뤘는지 못지않게 무엇을 해결하지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방재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추진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 우려 속에서 신공항과 교통망, 첨단산업, 민생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보다 무엇을 우선하고, 어떤 재원을 확보하며, 어느 사업의 속도를 조정할 것인지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도정이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대전환이라는 구호가 아니다.
청년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기업이 실제로 투자하며, 아이를 키우고 병원을 이용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변화다.
이 지사가 제시한 '혁신·연결·포용'도 결국 그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취임 100일은 성과를 최종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지난 8년의 정책까지 새로운 임기의 출발이라는 이유로 평가를 미룰 수는 없다.
이제 경북도는 핵심 사업별로 완료된 일과 미완성 과제를 구분하고, 재원 확보 방안과 실행 일정, 성과 목표를 도민 앞에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
성과는 홍보자료의 문장이 아니라 현장의 변화로 확인돼야 한다.
이 지사는 스스로 “이제는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때”라고 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8년을 준비했다면 이제는 준비했다는 설명을 넘어설 때다.
세 번째 임기를 맞은 이철우 도정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청사진이 아니다.
약속한 사업을 끝까지 책임지고, 그 결과를 도민 앞에 증명하는 일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