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민선 9기 취임 100일이 막 지났다.
지난 8년간 추진해 온 경북 대전환 정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4년의 출발선에 선 이 지사는 산업구조 혁신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통합신공항 건설, 저출생 대응 등을 도정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미래산업 육성과 농업의 수출산업화, 돌봄체계 확대, 공공기관 유치 전략 등을 구체화하며 도정의 추진 방향을 정비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경북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현안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주민 공감대와 권한·재정 배분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고, 통합신공항은 사업비 조달과 추진체계 확정이 시급하다.
첨단산업 투자유치와 공공기관 이전 역시 구상과 목표를 넘어 실제 투자, 일자리, 인구 유입으로 연결해야 하는 단계다.
결국 이철우 도정의 취임 100일은 새로운 정책을 얼마나 발표했느냐보다 지난 8년간 준비한 사업들을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과제를 남겼다.
이 지사는 지난 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8년간 준비해 온 경북 대전환의 기반을 바탕으로 이제는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때”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민선 9기 도정이 앞으로 무엇으로 평가받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선 지난 100일 동안의 주요 변화는 미래산업과 민생정책의 연계 강화다.
경북도는 AI·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미래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투자유치 체계를 강화하고, 식품한류산업국을 출범시켜 농업을 가공·제조·푸드테크·수출로 확장하는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
또 'K-보듬 6000'을 비롯한 돌봄체계 고도화와 국립경국대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공감대 확대에도 나섰다.
산업과 일자리, 교육과 정주, 돌봄과 의료를 하나의 지역 발전 전략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농업을 단순 생산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식품산업으로 전환하려는 구상은 농업 비중이 높은 경북의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하다.
다만 조직 신설과 정책 방향 제시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첨단산업 분야의 실제 투자액과 신규 고용 규모, 농식품 수출 증가, 돌봄서비스 이용 확대 등 도민이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가 뒤따라야 한다.
민선 9기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다.
이 지사는 연내 통합특별법 제정과 2028년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제시했다.
오는 11월에는 대구경북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시·도의회 및 추진단과 함께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행정통합이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고 지역의 경제적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는 정책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통합 자체가 곧바로 지역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중앙정부 권한 이양과 재정 특례, 규제 완화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행정구역만 확대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통합청사 위치와 권한 배분, 지역별 투자 우선순위 등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사안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통합 이후 행정서비스와 생활 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사는 양 의회의 의결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주민 공감대 형성은 별도로 지속해야 할 과제다.
통합에 따른 기대효과뿐 아니라 비용과 위험, 지역별 이해득실까지 투명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합신공항은 이철우 도정의 실행력을 가늠할 또 하나의 시험대다.
이 지사는 군 공항은 국가 안보시설이고 민간 공항은 국가 교통 인프라인 만큼 정부가 재정적으로 책임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군 공항 이전사업은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과 건설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재원 조달이 핵심이다.
경북도는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대구시와 사업 추진체계 및 재원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경북도가 직접 참여하면 이전지역 주민 보상과 지원, 갈등 조정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동사업시행자 참여는 권한 확대와 함께 재정적 책임도 수반할 수 있다.
경북도가 어느 범위까지 사업비를 부담할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예상되는 위험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 지사는 민선 9기 동안 사업 추진체계와 재원 문제를 정리하고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신공항이 아직 본격적인 건설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착공에 대한 기대감뿐 아니라 재원 조달 방안과 단계별 추진 일정, 지연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설명이다.
지방재정 문제도 가볍지 않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추진과 관련해 이 지사는 지방교부세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며 현행 내국세 연동 비율 19.24%의 안정적 보장을 요구했다.
국가 차원의 미래 투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재원을 지방정부의 법정 재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북도 역시 불요불급한 사업을 조정하고 재정사업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 확보와 대규모 미래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신공항과 교통망 구축, 첨단산업 육성, 저출생 대응, 의료·돌봄 확충 등 주요 사업에는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다.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어떤 사업을 우선하고 무엇을 조정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특히 미래산업 투자 확대가 필수 민생사업의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장기 재정계획과 사업별 재원 확보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경북도는 40여 개 핵심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하고 김천의 미래모빌리티, 구미의 반도체·AI, 경산의 첨단산업, 경주의 원자력·에너지 등 지역별 산업 기반과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국방연구원 등 주요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와 국립산림과학원, 한국마사회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 산업과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치 희망 기관이 많다는 사실이 실제 이전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의 이전 계획과 기관별 입장, 다른 지역과의 경쟁, 이전 직원들의 정주 여건 등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기관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지역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기대했던 경제적 파급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이 지사가 강조한 교육·의료·문화·복지 등 정주 여건 개선 역시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조건이다.
경북의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문제를 고려하면 산업단지와 기관 유치만큼이나 청년과 가족이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생활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저출생 대응과 의료 기반 확충 역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돌봄정책은 일과 양육의 양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서비스가 필요한 지역과 계층에 충분히 제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립경국대 의과대학 신설 추진도 지역 의료인력 확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까지 정부 협의와 제도적 절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의과대학 신설 논의가 실제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인력 양성과 지역 정착을 연계하는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이 지사는 앞으로 1년간 도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혁신·연결·포용'을 제시했다.
산업을 혁신하고 지역과 기업, 대학, 교통망을 연결하며 그 성과를 도민 모두가 누리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신공항과 영일만항을 연결하는 'Two-Port 경제권', 1시간 혁신교통망 구축도 경북의 공간구조를 바꿀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 같은 장기 프로젝트는 도정의 의지만으로 완성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국회, 대구시, 기초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주체의 협력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재원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취임 100일의 성과를 평가할 때 정책 발표와 추진체계 정비, 실제 사업 성과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0일 동안 이철우 도정은 미래산업과 민생정책의 방향을 재정비하고 주요 현안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행정통합의 실질적 혜택, 신공항의 재원 확보, 공공기관 이전의 구체적인 성과, 지방재정의 안정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지난 8년 동안 준비해 온 사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는 준비 과정에 대한 설명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도민들이 궁금한 것은 대전환이라는 구호의 크기가 아니다.
지역에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는지, 청년들이 경북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지, 아이를 키우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이 얼마나 편리해지는지다.
이 지사는 취임 100일을 맞아 “기업이 경북에서 투자하고 성장하고, 청년이 경북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행복한 경북을 만들기 위해 도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민선 9기 출범 100일은 이철우 도정의 방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지난 8년의 준비가 실제 투자와 일자리, 인구 정착,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경북 대전환의 성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