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 지 9일이 지났지만 수사 기록 작성부터 보고·결재까지 주요 업무를 수기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전산망과 업무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데다 조직을 이끌 청장도 공석이어서 실제 수사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법조계·국회 등에 따르면 중수청은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갖추지 못해 경찰의 킥스를 빌려 쓰고 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 배당 등 필수 업무에 한정된다.
사건 처리와 형사사법포털 관련 기능은 오는 12월 킥스 2단계 개통 이후에야 이용할 수 있다. 개통 완료 전까지는 수사기록 작성, 송부, 장부 입력 등을 수기로 처리해야 한다. 중수청 자체 킥스 구축에는 3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 업무 역시 전산화가 미흡한 상황이다. 전자 결재와 이메일은 행정안전부의 온나라시스템, 메신저는 PC 카카오톡이나 공무원 내부 메신저인 '온톡'을 이용하고 있다. 업무용 PC를 지급 받지 못한 수사관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장 공백도 조직 운영의 걸림돌로 꼽힌다. 청별로 청장 주재 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개청 이후 상황을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청은 초대 청장 없이 출범했으며, 현재 인력도 정원의 6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수청이 수장 공백 상태로 출범한 데 대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현원 1900명 가운데 1837명이 검찰에서 특례임용된 인력이라고 공개하면서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을 경력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가운데 중수청에 접수되는 사건은 계속 늘고 있다. 중수청은 개청 첫날인 지난 2일 기준 30건이 넘는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했다. 이후에도 민원실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사건이 들어오고 있다. 접수된 사건은 소관 청별 담당 부서에 배당됐지만 아직 서류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 금융권을 강타한 인공지능(AI) 해킹 사태가 중수청의 '1호 사건'이 될지도 관심이다. 서울중수청은 해당 금융권 해킹 사고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지, 경찰 등에 이첩 요구를 통보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아직 해당 사건을 중수청에 이첩하거나 관련 내용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