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말이 없지만, 그림은 마음을 건넨다”…서양화가 이현숙, 대구서 초대전

“숲은 말이 없지만, 그림은 마음을 건넨다”…서양화가 이현숙, 대구서 초대전

12~28일 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서 개인전…빛과 시간, 기억을 품은 서정적 풍경 선보여
"풍경을 그리는 것은 마음을 기록하는 일”…자연 너머 삶의 위로와 쉼을 화폭에 담다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숲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고요한 숲길에는 누군가의 기억이 머물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에는 지나온 시간의 온기가 깃들어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을 그려온 서양화가 이현숙 작가가 깊어가는 가을, 대구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풍경을 선물한다.

이현숙 초대전 포스터. [사진=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

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는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이현숙 초대전'을 개최한다. 전시 개막식은 12일 오후 5시이며, 장소는 대구 남구 이천로 대구아트파크 3층 갤러리 나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자리를 넘어, 풍경 속에 스며든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마주하는 특별한 예술적 여정이다.

이 작가는 그림을 시작한 이후 변함없이 풍경화를 그려왔다.

그러나 그의 화폭에 등장하는 숲과 나무, 길과 안개는 눈앞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풍경이 아니다.

빛이 머물다 떠난 자리, 계절이 남긴 흔적,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완성된 또 하나의 마음의 풍경이다.

이현숙 작가 작품 강변풍경 100×49.5 Oil on canvas [사진=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

이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자연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 안에 깃든 빛과 시간, 감정의 흔적을 화면에 담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풍경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그날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는 바로 이 문장에 있다.

같은 숲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된다. 자연은 변함없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은 끊임없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빛을 따라 걷다'는 이러한 작가의 예술적 시선을 잘 보여준다.

푸른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과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화면 깊숙한 곳으로 이끈다.

그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길처럼 다가온다.

또 다른 작품 '푸른 고요'는 안개처럼 번지는 푸른빛과 나무들의 담담한 실루엣을 통해 고요함 속에 깃든 깊은 정서를 드러낸다.

화려한 색채나 극적인 구성이 없어도 충분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오랜 관찰과 축적된 감성이 화면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현숙 작가 작품 숲으로 53×72.5 Oil on canvas [사진=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

이 작가에게 붓을 드는 행위는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니다.

그는 "나에게 작업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결을 화면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며 "무수한 감정과 찰나의 정적, 잊혀가는 기억, 언어로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문장들을 수집하며 붓을 든다"고 설명했다.

캔버스 위에 쌓이는 색과 선은 형태를 만드는 도구를 넘어 자신의 내면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언어인 셈이다.

특히 이번 초대전은 오랜 시간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의 시선이 더욱 깊어진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려는 작가의 예술적 지향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이 작가는 "숲과 길, 안개와 계절의 변화 속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서정적인 시선으로 풀어내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연의 아름다움 너머에 머무는 마음의 풍경을 통해 감상하는 분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백과 따뜻한 여운을 건네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현숙 작가는 대구가톨릭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세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대구미술작가회 정기전과 한국전업작가회 정기전, 서울·대구 등지의 초대전과 기획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한국미협, 대구미술협회, 전업작가회, 화우반세기, 대구미술작가회, 서구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현숙 작가 [사진=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종종 멈추는 법을 잊는다.

이현숙 작가의 그림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잠시 멈춰 숲을 바라보아도 괜찮다고.

그의 화폭에는 거창한 외침 대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고요한 위로가 있다.

올가을, 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에서 만나는 이현숙의 풍경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기 자신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