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매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경매시장에서는 매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매매가격과 거래량이 함께 증가했지만 경매 물건은 급증하고 낙찰 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특히 세입자 보증금 인수 여부 등 실제 매입 부담에 따라 경매 물건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8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6.25%로 지난해 같은 기간(1.68%)의 3.7배에 달했다. 지난 8월 상승률도 0.93%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0.48%)의 2배 수준을 나타냈다.
가격 상승은 실제 거래 증가로도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거래량은 1만15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76건)보다 24.4% 늘었다. 거래금액도 3조7628억원에서 4조9346억원으로 31.1% 증가해 2021년 2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매매시장 회복에는 아파트 진입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대출규제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빌라에 ‘내 집 마련’ 수요가 유입된 데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 점도 매수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경매시장에서는 물건이 쌓이고 있다. 올해 1~8월 서울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1만44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24건)보다 58.8% 급증했다.
매각률은 27.8%에서 24.6%로 3.2%포인트(p) 하락했다. 경매가 진행된 물건 4건 가운데 3건가량이 낙찰되지 못한 것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매각가율도 83.7%에서 76.7%로 7.0%p 떨어졌다. 경매 물건은 크게 늘었지만 실제 낙찰로 이어지는 비율과 가격 수준은 모두 낮아진 셈이다.
매매시장과 경매시장의 온도 차에는 거래 물건의 특성이 영향을 미친다. 일반 매매시장에서는 가격과 입지, 권리관계를 검토해 주택을 매수하지만 경매에는 채무불이행이나 보증금 반환 문제 등으로 강제 처분되는 주택이 포함된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추가로 인수해야 한다면 실제 매입비용이 커져 감정가보다 저렴하더라도 매수세가 제한될 수 있다.
실제 지난 9월 2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다세대주택은 감정가 2억200만원으로 경매에 나왔지만 네 차례 유찰된 끝에 약 8800만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은 43.5%에 그쳤다. 개별 유찰 원인이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 매매가격 상승과 달리 경매에서는 감정가를 크게 밑도는 거래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매수 부담이 해소된 경매 물건에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강동구 길동의 전용 24.4㎡ 다세대주택은 첫 경매에서 6명이 응찰해 감정가 2억6600만원보다 높은 3억6201만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은 136%에 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뒤 경매를 신청한 물건으로 대항력을 포기하면서 낙찰자의 추가 보증금 인수 부담이 사라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HUG가 신청한 경매에서도 일반 응찰자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HUG가 신청한 경매 물건 가운데 올해 상반기 낙찰된 5672건 중 일반 응찰자가 낙찰받은 물건은 4347건으로 76.6%를 차지했다. HUG가 직접 낙찰받은 1325건의 세 배가 넘는다. 전체 경매시장의 매각률은 낮아졌지만 권리관계가 정리된 일부 물건에는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빌라시장의 회복 여부는 매매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가 지속되는지뿐 아니라 경매시장에 쌓인 물건이 얼마나 해소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판단할 수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대체수요가 유입되고 있지만 경매시장에서는 권리관계와 추가 비용 부담에 따라 매수세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최근 일반 빌라의 경매 낙찰도 늘어나는 추세로 권리관계가 명확하고 임대 조건이 양호한 물건은 입찰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다만 보증금 인수 등 추가 부담이 있는 물건은 매수세가 제한될 수 있어 매매가격 상승이 경매시장 전체의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빌라시장의 회복 여부는 가격 상승뿐 아니라 경매 매각률과 매각가율이 함께 개선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