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아카데미)는 7일 202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비대칭 유기합성 분야 연구자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남부대 교수와 소아이 켄소 일본 도쿄과학대 교수를 선정했다.
아카데미 측은 “아미노산과 같은 일부 분자는 서로 거울상인 두 가지 변형체로 존재한다”며 “생명체는 이러한 거울상 중 하나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화학적 비대칭성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오랫동안 화학자들에게 수수께끼였다는 것이다.
카강 소아이 교수가 이 수수께끼의 해법을 발견했고 그 공로로 202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고 아카데미 측은 부연했다. 이들의 발견은 제약 제조와 같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반응을 설계하는 화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왼손과 오른손은 같은 구조인데 어떤 방향으로 돌려도 서로 포갤 수 없다. 아미노산과 같은 일부 분자는 서로 거울상인 두 가지 변형체로 존재한다.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인간 몸에선 어느 쪽이 치료 효과를 내고, 어느 쪽이 부작용을 내는지 알 수 없었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두 연구자의 업적은 비대칭 유기합성이라는 하나의 분야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촉매 설계를 넘어 ‘분자 수준에서 한쪽의 비대칭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증폭되며,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 화학적 질문으로 확장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오경수 중앙대 약대 교수는 “카강 교수는 촉매의 광학순도와 생성물의 광학순도가 단순히 비례하지 않는 비선형 효과(non-linear effect)에 주목했다”며 “촉매를 구성하는 키랄 단위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촉매의 실제 구조와 반응성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작은 키랄성의 차이가 생성물에서는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이론적·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좋은 비대칭 촉매를 만드는 방법’을 넘어 촉매의 구조와 상호작용이 어떻게 비대칭성을 증폭하고 증감시키는가를 이해하는 새로운 작동원리를 제시했다.
소아이 교수는 더 독창적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일반적 촉매반응에서는 촉매가 반응을 촉진하고 생성물을 만들어낸다. 소아이 교수는 생성물 자체가 다시 촉매로 작용하는 비대칭 자기촉매(asymmetric autocatalysis)라는 현상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비대칭성에 불과했던 것이 생성물의 자기촉매 작용을 통해 다시 증폭되고, 그 결과 한쪽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더욱 많이 생성되는 것을 알아냈다.
오 교수는 “한국의 유기화학과 의약화학 연구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비대칭 촉매, 새로운 유기반응, 천연물과 의약품 합성, 촉매화학 등에서 상당한 연구 수준을 구축해 왔다”며 “비대칭촉매는 신약개발과 직접 연결되는 분야인 만큼 많은 연구자가 새로운 촉매와 합성법을 개발하며 국제적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올해 노벨화학상을 탄 연구 결과는 생명체에서 한쪽 거울상 선택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길을 열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질병 치료에 필수적 의약품 등에서 약효를 나타내는 원하는 거울상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수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림 취리히연방공대 재료과학과 교수(전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대칭 반응의 근본 연구를 했던 분이 카강 교수이고 비선형 효과(Non-linear effect)로 촉매의 비대칭 비율(%)이 합성된 물질의 비대칭 비율(%)과 선형(linear) 대응(1대1)이 아니라 비대칭(Non-linear)함을 발견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소아이 교수는 이것을 활용해 1%의 작은 비대칭 촉매만 있어도 자연의 아미노산, 설탕, DNA처럼 99% 이상의 비대칭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해 생명의 근원(단백질, 설탕, DNA 등의 선택성)까지 이런 방법으로 하나의 거울쌍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가설을 발표하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수 교수는 “한국 화학계에 필요한 것은 연구 결과의 양적 혹은 질적 확대만이 아니다”며 “한국 연구자들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새로운 화학적 질문에 도전할 수 있고 하나의 연구 주제를 장기간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번 노벨화학상은 비대칭촉매라는 특정 분야의 영광에 그치지 않는다”며 “기초과학에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 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개념을 만들며, 그 개념을 수십 년에 걸쳐 발전시키는 연구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