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가는 尹·명태균, 김건희 만나나…전원합의 회부 주목

대법가는 尹·명태균, 김건희 만나나…전원합의 회부 주목

같은 58차례 여론조사 두고 하급심 판단 엇갈려
尹 1심 유죄→2심 무죄…김 여사 혐의는 1·2심 무죄
특검 상고 방침…대법 판단 시점·절차에 관심
향후 '정치권 여론조사 제공' 판단 기준 될 듯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제공' 사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유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여론조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상고심이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 만큼 윤 전 대통령 사건도 전원합의체 판단을 받게 될지가 주목된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왼쪽부터) [사진=아이뉴스24 DB]

김 여사는 사건 전체로는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은 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포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등 이른바 '3대 의혹' 상고심 전체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전날(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명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7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전달한 여론조사 14회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원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항소심 선고 직후 상고 방침을 밝혔다. 실제 상고가 이뤄지면 대법원은 같은 58차례 여론조사 제공 행위를 놓고 김 여사 사건에 이어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정치자금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두 사건의 공소사실은 피고인과 일부 구성에서 차이가 있지만 핵심 사실관계는 겹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봤다.

쟁점은 여론조사 제공이 정치자금법상 금지한 불법적인 재산상 이익의 기부에 해당하는지, 조사 실시와 무상 제공을 두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 의사합치가 있었는지 여부다.

'尹 사건 전합 회부', 김건희 사건 '심리 속도'가 변수

대법원은 지난 7월 24일로 예정했던 김 여사 사건 소부 선고를 하루 앞두고 기일을 미룬 뒤 사건 전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첫 전원합의기일을 열어 심리에 들어갔다. 명씨의 여론조사 실시 또는 결과 제공 행위를 정치자금 기부로 볼 수 있는지가 전원합의체가 판단할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이 상고된다고 자동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거나 김 여사 사건과 병합되는 것은 아니다. 상고 사건은 통상 소부에 배당되고, 이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심리가 필요한지 판단한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사건의 핵심 공소사실과 법적 쟁점이 이미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게 이번 사안의 특징이다.

절차적 측면에서 윤 전 대통령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기 전 김 여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온다면 그 법리가 윤 전 대통령 사건의 상고심 판단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김 여사 사건 심리가 계속되는 동안 윤 전 대통령 사건이 상고될 경우 대법원이 두 사건의 법리를 함께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20대 대선 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명태균씨간 무상 여론조사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하급심 판례 비교 [사진=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1심 "조사비도 재산상 이익"…2심은 정치적 도움에 방점

대법원이 정리해야 할 첫 번째 쟁점은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를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다.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은 58차례 여론조사 가운데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결과를 전달한 14회에 대해 조사비 상당의 재산상 이익이 부부에게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산정한 재산상 이익은 2792만여원이었다. 이를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정치자금으로 본 것이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각종 정보와 조언, 정치권 인사들과의 접촉 지원 등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정치적 도움으로 봤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런 조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활용된 자료 가운데 하나로 판단했다. 정치적 이익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여사 사건의 1·2심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비슷한 방향으로 판단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 외에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조사 결과를 제공했고, 부부의 사전 의뢰나 협의에 따라 조사가 실시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결국 대법원은 비용을 들여 생산된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인이 무료로 제공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조사비 상당의 재산상 이익이 귀속됐다고 볼 수 있는지, 정치적 조언이나 정보 제공과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무상 제공 합의' 있었나…의사합치도 핵심

여론조사의 재산적 가치와 별개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무상 제공에 관한 의사합치가 있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은 김 여사와 명씨의 접촉과 문자메시지,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정치적 조력 등을 종합해 세 사람 사이에 여론조사 제공에 관한 순차적·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명씨와 협의한 내용을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윤 전 대통령이 이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자체 판단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결과 가운데 일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됐으며, 같은 조사 결과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제공된 점 등을 근거로 사전 의뢰나 협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기부받는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은 김 여사가 대선 과정에서 단순한 후보 배우자를 넘어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윤 전 대통령도 김 여사와 명씨의 교류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기로 명씨와 직접 합의하거나 김 여사를 통해 암묵적으로 공모했다고 인정할 정도로 증명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따라서 대법원에서는 여론조사에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요청·협의나 당사자의 인식이 있어야 정치자금 제공과 수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함께 다뤄질 전망이다.

'김건희 공동정범'·'김영선 공천'도 판단 갈려

김 여사를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자금을 받은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지도 두 사건의 판단이 엇갈린 부분이다.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을 공동 목표로 두고 명씨와 직접 접촉하면서 여론조사 제공과 각종 정치적 조력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동정범으로 봤다.

반면 김 여사 사건의 1·2심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이 부부에게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고, 명씨와의 사전 의뢰·협의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항소심 역시 김 여사와 명씨의 교류 사실만으로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둘러싼 판단은 더 세분화됐다.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은 명씨의 여론조사 제공과 이후 김 전 의원 공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연결해 판단했다. 항소심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를 위해 김 전 의원 공천에 관여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체를 형성했다고도 봤다.

다만 항소심은 공천 관여가 곧 무상 여론조사의 대가였다고 보지는 않았다. 여론조사 제공에 관한 합의 시점이나 조사 실시 당시 공천 문제를 대가로 약속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먼저 정치적 도움을 제공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후 그 공로를 인정해 공천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실제 김 전 의원의 단수 공천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관여 사이 인과관계도 별도 문제로 남겼다.

결국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항소심은 명태균 여론조사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결론이 같아졌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은 같은 여론조사 일부를 재산상 이익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고, 비용 지급 구조는 다르지만 오 시장 사건 1심에서도 여론조사 비용 대납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여론조사의 재산상 이익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무상 제공에 관한 의사합치와 정치자금 수수의 고의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에 따라 김 여사 사건뿐 아니라 특검이 상고할 윤 전 대통령 사건의 결론이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