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부터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추진하는 글로벌 'K컬처' 행사 '패노메논(FANOMENON)'의 상표권 문제, 편곡자 저작권료 미분배까지 K컬처 전반의 현안이 도마에 올랐다.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에서는 창작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지가 쟁점이 됐고, '패노메논'을 두고는 민간기업의 상표권 선출원과 계약 구조가 검증대에 올랐다. 20년 가까이 풀리지 않은 편곡자 저작권료 분배 문제까지 다시 제기되면서 문체부는 역사고증 자문 지원 강화와 패노메논 계약 재정비, 편곡료 분배제도 개선 등 후속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휘영 "'암살자(들)' 창작 제약 안돼⋯역사고증 자문은 강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이날 국감 시작부터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영화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등 실제 역사를 왜곡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제작 관계자를 종합감사 증인으로 불러 제작 경위와 의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며 "허진호 감독을 직접 불러 영화 제작 과정과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에 대한 평점 테러와 매크로 사용 의심 정황, 제작·출연진을 상대로 한 항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작품 내용을 이유로 창작자를 국감장에 세우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본질의에서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에게 "정부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작품의 표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가 실제 역사적 사건을 권력 내부의 기획 가능성과 연결한 내용을 거론하며 이를 창작의 자유 영역으로만 볼 수 있느냐" 고 묻자 최 장관은 작품의 가치나 내용은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저는 창작에는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명예훼손 등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사법적 절차를 통해 다퉈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되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실존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작품의 경우 국사편찬위원회 등 전문기관으로부터 역사고증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문 내용을 실제 작품에 반영할지는 창작자가 결정하도록 해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에 최 장관은 "객관적으로 필요한 역사 고증에 관한 문제는 자문을 의뢰한다면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은 좀 더 강화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일부 선수들의 병역특례 관련 언행도 도마에 올랐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군대 안 갑니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는 발언과 금메달을 목에 건 채 전역모를 쓴 사진, 야구대표팀의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 등을 화면에 띄웠다.
조 의원이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최 장관은 "참 철없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병역에 대한 인식과 공정성의 가치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며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국방부·병무청과 제도 개편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박진영 국감 출석⋯"JYP 먼저 출원,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
오후에는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패노메논 사업 추진 과정이 집중 검증대에 올랐다.
패노메논은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기획한 글로벌 K컬처 프로젝트다. 위원회는 사업의 기획을 맡고 실제 행사는 민간이 수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 4대 기획사는 동일한 자본금과 의결권을 갖는 합작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논란은 정부가 관여하는 사업의 상표권을 JYP가 먼저 출원하면서 시작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위원회가 기획한 사업인데 왜 JYP가 국내는 물론 일본과 멕시코 상표권까지 먼저 출원했느냐"며 "이후 문체부와 계약을 맺었지만 권리 이전을 강제할 장치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상표권 출원에 앞서 최 장관과 관련 내용을 상의했다"고 밝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협의 방식과 내용을 묻자 "직접 자주 만났고 만나서 대화로 얘기했다"며 JYP가 우선 출원한 뒤 정부에 넘기는 취지까지 설명했다고 답했다.
절차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에는 부적절하다고 시인했다. 박 위원장은 "JYP라는 회사에 전담팀이 있으니까 미리 출원해놓고 정부에 넘긴다든지 하는 방법을 취한 게 분명 정상적이지 않은 면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여 누가 뺏어갈까 봐, 의도만큼은 정말 잘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저런 방법을 쓰게 된 것 같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체부도 계약 과정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JYP가 상표권을 정부나 전담법인에 반드시 넘기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계약에 없다는 지적에 최 장관은 "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실했다고 자인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JYP엔터테인먼트가 거절하면 어쩔 수 없는 구조로 지금 돼 있다"며 "아무리 선의로 서로 이야기하면서 진행했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구체화되는 단계까지 왔으면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정리해서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보고를 다시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대 기획사의 사업 참여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 의원은 "공개 공모 없이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사업 초기부터 참여한 4개 기획사가 패노메논 전담 합작법인을 만든 구조를 두고 특혜 소지가 있다"고 따져 물었다.
박 위원장은 "충분히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이라면서도 "이 행사를 하지 않고 각각 회사들이 그 시간에 각 가수의 공연을 하면 훨씬 더 큰 돈을 번다"며 "특혜를 받는다고 하기는 조금 그렇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편향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이 강훈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휘영 장관,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한 모습을 거론하며 "국민들이 '박진영 위원장은 '저쪽(민주당)'에 섰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 정권 혹은 민주당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도 1초도 해본 적이 없고 제 마음속에 1%도 없다"며 "이 일이 우리 다음 세대에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치 "노래방서 내 편곡 그대로 쓰는데 0원"⋯20년째 못 풀어
편곡자 저작권료 분배 문제도 쟁점으로 국감장에 올랐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아이유의 '첫 이별 그날 밤' 원곡과 노래방 반주를 차례로 재생한 뒤, 해당 곡을 편곡한 조정치씨에게 저작권료 지급 여부를 물었다.
조씨는 "노래방 반주는 원곡을 카피해서 그대로 하기 때문에 똑같은 것 같다"며 노래방에서 곡이 재생돼도 편곡자로서 이용료는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편곡자를 저작자로 등록하고 분배규정상 12분의 2의 지분을 인정하면서도 △노래연습장과 △무대공연 △음반·영상물·노래반주기 등 일부 분야에서는 편곡자에게 해당 몫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래방 반주기 도입 초기 직접 반주를 제작했던 편곡자 정경천씨도 "원곡에 있는 것을 그대로 카피했다"며 편곡이 그대로 사용돼도 이용료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시하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은 약 30년 전 원편곡과 재편곡 등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분배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며 취임 이후 편곡자 권익 향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와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2006년부터 음악저작권협회에 편곡자 분배 개선 방침을 수립하라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진도가 잘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 참여해서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