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의원 “고엽제 피해 2세 인정기준 협소…3·4세대 실태조사 착수해야”

김현정 의원 “고엽제 피해 2세 인정기준 협소…3·4세대 실태조사 착수해야”

2세 인정질환 3개뿐…2026년 8월 기준 인정 환자 203명
“손자녀·증손자녀 조사 전무…유전 가능성 확인 위한 기초조사부터 시작해야”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고엽제 피해자의 자녀에게 적용되는 질병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데다 손자녀와 증손자녀 등 3·4세대에 대해서는 건강 피해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경기도 평택시 병)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고엽제 피해 2세 환자의 협소한 인정 기준을 지적하고 3·4세대에 대한 건강 실태조사와 지원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국가보훈부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기준 고엽제 후유증 환자는 6만3,088명, 후유의증 환자는 4만5,886명, 2세 환자는 203명으로 총 10만9,177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 [사진=김현정 의원실]

현행 제도에서는 고엽제 참전 당사자의 경우 24개 질병을 후유증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2세 환자의 인정 질환은 척추이분증·말초신경병·하지마비척추병변 등 3개 질환으로 제한돼 있다.

인정 요건도 까다롭다. 자녀에게 해당 질환이 있더라도 부모가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돼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부모가 후유의증환자로 등록된 경우에는 자녀가 관련 질환을 앓고 있어도 2세 환자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러 장애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장애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환자가 겪는 복합적인 건강·생활상의 어려움이 현행 판정 체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신청·인정 현황을 보면 2022년에는 47건의 신청 가운데 18건이 인정돼 인정률이 38.3%였으며, 2023년은 58건 중 27건(46.6%), 2024년은 56건 중 23건(41.1%), 2025년은 42건 중 22건(52.4%)이 인정됐다. 2026년에는 8월까지 10건이 신청돼 3건이 인정되면서 인정률은 30%에 그쳤다.

김 의원은 “2세 환자로 인정된 사람이 203명이라는 사실이 실제 질환을 앓는 자녀가 203명뿐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고엽제 피해자 자녀들의 질병 실태를 폭넓게 조사해 인정 질환의 범위를 재검토하고, 중복장애를 종합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4세대 피해조사 ‘0건’…보훈부 “유전 가능성 확인되면 근거 마련 검토”

고엽제 피해가 손자녀와 증손자녀 등 3·4세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도 사실상 첫발을 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훈부는 2024년 11월 고엽제 3세 역학조사와 관련해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기 위한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3·4세대를 대상으로 한 피해 조사 실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훈부는 현행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상 3·4세대가 역학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피해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3·4세대에 대한 유전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역학조사 실시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조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고엽제와 3·4세대가 호소하는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사가 필요한 것”이라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 자체를 미루는 것은 소극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자녀와 증손자녀가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기초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정밀한 역학조사와 지원제도 마련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택=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