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 백신의 정부 비축량이 질병관리청이 자체 수립한 중장기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나 감염병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백신 비축 예산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정부가 비축·관리하고 있는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 4개 품목의 누적 비축량은 20만4510도즈로 집계됐다.
비축 대상은 피내용 BCG(결핵),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PPSV(폐렴구균), Td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등 4종이다.
이들 백신의 최종 비축 목표량은 총 44만1000도즈로 현재 비축률은 46.4%에 그쳤다.

특히 질병관리청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차별 목표와 비교해도 비축 속도가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2024년 말 발표한 ‘백신 비축 중장기계획(2024-2028)’을 통해 2024년 말 16만1790도즈(37%), 2025년 20만도즈(45%)를 확보한 뒤 2026년에는 누적 28만500도즈, 비축률 6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실제 확보된 물량은 20만4510도즈로, 당초 2026년 목표보다 7만5990도즈 부족하다. 비축률 역시 계획했던 64%보다 17.6%포인트 낮아 사실상 지난해 목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백신별로 보면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의 비축량은 7만1400도즈로 최종 목표량 16만1000도즈의 44.3%에 그쳤다.
폐렴구균 예방 백신인 PPSV도 8만3110도즈로 최종 목표량 대비 비축률이 44.9%에 머물렀다.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예방을 위한 Tdap 백신은 최종 목표량 9만도즈 가운데 4만5000도즈를 확보해 비축률 50%를 기록했다. 목표량의 절반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비축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제한적인 예산이 지목된다.
2026년 국가예방접종 백신 비축비로 편성된 예산은 7억9900만원이다. 현재 예산 규모로는 기존 4개 품목의 2028년 비축률 100% 달성뿐 아니라 질병청이 추진해온 비축 대상 품목 확대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필수백신의 해외 공급망 불안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3-4년간 글로벌 백신 제조사의 품질검사 지연과 해외 생산 차질 등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의 국내 공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 때문에 해외 생산·공급 차질에 대비한 정부 비축물량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비축된 백신이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비축 백신의 유효기간이 임박하면 해당 물량을 의료기관 등에 우선 공급하고 이후 새로 생산된 백신을 사용한 물량만큼 다시 확보하는 ‘순환재고’ 방식으로 비축 물량을 관리하고 있다.
소 의원은 “국가 필수백신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기초 보건안보 자산”이라며 “정부는 백신 비축 예산을 대폭 현실화하고 안정적인 비축 물량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필수 예방접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장기 조달계약 도입과 국산 대체재 개발 지원 등 필수백신 수급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