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플러스 본사, 이제 답하라…소상공인 보증금까지 붙잡아 둘 셈인가

[기자수첩] 홈플러스 본사, 이제 답하라…소상공인 보증금까지 붙잡아 둘 셈인가

성서점 퇴점 점주들 넉 달째 보증금 기다려…점포 측 “본사에 품의, 할 수 있는 조치 다 했다”
회생기업 사정 이해해도 영세상인 생계자금은 별개…본사, 신속히 절차 밟아 회생법원 판단 받아야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장사를 접었다. 매장을 비웠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자기 돈을 들여 상가 원상복구까지 마쳤다. 그런데 정작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대구성서점에서 영업하다 퇴점한 일부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 24DB]

일부 점주들은 퇴점 이후 약 넉 달이 지나도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들의 사정을 더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퇴점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비용을 또 부담해야 했다는 점이다.

상가에서 철수한다고 문을 닫고 집기만 빼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점주들은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매장을 계약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원상복구 절차까지 마쳐야 했고, 이 과정에서 철거와 시설 정비 등에 필요한 비용을 별도로 부담했다고 호소했다.

장사를 접으면서 이미 영업 손실을 떠안은 상황에서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또다시 자신의 돈을 들여 원상복구까지 해야 했던 것이다.

점주들 입장에서는 이른바 ‘나가기 위한 비용’까지 모두 치른 셈이다.

그럼에도 정작 계약 관계가 끝난 뒤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은 기약 없이 묶여 있다.

홈플러스 성서점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퇴점 점주들의 보증금 반환 문제와 관련해 본사 담당 부서와 소통했고, 보증금 처리를 위한 품의도 본사로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서점 관계자는 “점포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사로 넘어간 이후 해당 품의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어떤 이유로 실제 지급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지는 점포에서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 점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면 이제 답해야 할 곳은 홈플러스 본사다.

본사 재정·관련 부서는 보증금 반환에 필요한 내부 검토와 결재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치고, 회생법원의 판단이나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점주들은 서울회생법원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 측이 절차에 따라 지급 요청을 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홈플러스 본사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명확해진다.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면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회생절차상 지급할 수 없다면 왜 지급할 수 없는지 설명하면 된다.

자금 사정 때문에 당장 지급하기 어렵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것인지 최소한의 계획이라도 점주들에게 알려야 한다.

가장 해서는 안 될 일은 아무런 설명 없이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에게 보증금은 기업 회계장부에 찍힌 숫자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다음 장사를 시작할 종잣돈이고, 누군가에게는 빚을 갚아야 할 돈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생활비다.

수천수억원이 묶인 영세상인에게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은 대기업이 생각하는 몇 달과 무게가 전혀 다르다.

특히 이들은 홈플러스가 어려워지자 먼저 등을 돌리고 떠난 사람들이 아니다.

경영위기 속에서도 매장을 지키며 함께 버텼고 결국 영업을 접고 정상적인 퇴점 절차까지 밟았다는 게 점주들의 호소다.

그런 이들에게 자신들이 맡긴 보증금조차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면 기업회생 과정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또다시 비용을 떠안는 셈이 된다.

홈플러스 본사에 묻고 싶다.

퇴점한 성서점 소상공인 가운데 아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점포는 몇 곳인가. 미반환 보증금은 모두 얼마인가.

성서점에서 올라온 보증금 반환 품의는 현재 어느 부서, 어느 단계에 있는가.

회생법원에 지급 허가나 관련 판단을 요청했는가. 아직 요청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점주들은 도대체 언제 자신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

회생절차는 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기업을 살리는 과정이 그 기업과 함께 버텨온 영세상인의 생계를 희생시키는 과정이 돼서는 곤란하다.

보증금을 기다리는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설명이나 기다림이 아니다. 본사가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끝내고 회생법원의 판단 단계로 넘기는 행동이다.

홈플러스 본사가 이제 답할 차례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