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라인 로봇에 내주는 테슬라…현대차는 자동차·로봇 동시 확장

車 라인 로봇에 내주는 테슬라…현대차는 자동차·로봇 동시 확장

테슬라, 모델 S·X 생산라인에 옵티머스 설비 구축
현대차, 2030년까지 車 생산능력 127만대 늘려
신사업 상용화 속도·기존 사업 수익성이 성패 좌우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자율주행과 로봇을 미래 성장축으로 내세운 테슬라와 현대자동차가 서로 다른 투자 경로를 택하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생산라인 일부를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전용차에 배분하는 반면, 현대차는 신차와 자동차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로봇 사업을 함께 키우는 전략이다.

테슬라 로고. [사진=연합뉴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악천후 예보로 이달 1일 예정했던 로드스터 공개 행사를 15일로 연기했다. 로드스터는 2017년 시제품 공개 당시 2020년 생산을 예고했지만 출시가 거듭 미뤄진 모델이다. 이번에는 야외 행사 일정이 2주 늦춰지면서 차량의 구체적인 성능과 생산계획 공개도 다시 미뤄졌다.

현대차는 같은 날 미국 뉴욕에서 신형 투싼을 공개하며 주력 차종 교체에 나섰다.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넘긴 투싼에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플레오스 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연비와 디지털 사용성을 높여 기존 고객의 교체 수요를 끌어들이고, 판매 저변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신형 투싼은 현대차가 예고한 대규모 제품 확대 계획의 일부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합해 100종 이상을 선보이고 글로벌 판매량을 555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동력원을 유지하면서 지역별 수요 차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시티 사운드 리버 스튜디오에서 '디 올 뉴 투싼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최란 기자]

차 라인 바꾸는 테슬라…생산 기반 넓히는 현대차

두 회사의 전략 차이는 생산설비 배분에서 더 뚜렷하다. 테슬라는 2분기 실적 자료에서 미국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X 생산라인 가동을 종료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고급 전기차 생산 공간을 로봇에 내주는 것이다. 텍사스 공장에서는 자율주행 전용 차량 사이버캡 생산도 시작했다.

테슬라의 올해 3분기 차량 인도량은 48만6532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모델 3·Y는 47만8237대로 전체의 98.3%를 차지했다. 주력 차종의 판매 기반을 유지하면서 일부 차종에 배분했던 설비를 새로운 사업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자동차 철수보다는 제품과 투자 우선순위의 재편에 가깝다.

현대차는 자동차 생산 기반도 넓힌다.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127만 대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 50만 대, 인도 32만 대, 반조립제품(CKD) 생산 거점 25만 대, 한국 20만 대가 포함된다. 신차 투입과 생산능력 확충을 함께 추진해 자동차 사업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상하이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신형 모델YL이 최종 조립 단계를 거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봇 생산체계 구축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에 연간 로봇 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같은 해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의 부품 배열 작업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부터 부품 조립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자동차 설비 일부를 전환하는 테슬라와 자동차·로봇 양쪽의 생산 기반을 확장하는 현대차의 차이가 드러난다.

로봇 성과 앞당길 테슬라…신차 수익 지킬 현대차

투자 방식이 다른 만큼 성과를 입증해야 할 지점도 다르다.

테슬라는 생산라인을 전환한 옵티머스가 실제 제품과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중요하다. 회사는 초기 생산 로봇을 훈련 데이터 수집과 기능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설비 확보 이후에도 제품 완성도와 상업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남아 있는 셈이다.

미래 사업을 위한 현금 지출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의 2분기 자본적지출은 57억8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2% 늘었다. 잉여현금흐름은 10억9200만 달러 적자였다. 로봇을 비롯한 여러 사업의 설비투자가 포함된 수치다. 새로운 사업의 수익 창출 시점이 늦어질수록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자동차와 로봇에 동시에 투자하는 만큼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올해 2분기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8만7661대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85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8% 감소했다. 협력사 가동 차질에 따른 생산 제약과 원재료비 상승, 경쟁 심화 등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차 확대가 판매량 증가를 넘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야 로봇과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자동차 사업의 성장과 로봇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두 사업에서 모두 경제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현장에 투입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테슬라와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로봇이라는 비슷한 목적지를 향하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테슬라는 기존 설비를 재배치해 미래 사업의 성과를 앞당기려 하고, 현대차는 자동차 사업의 규모와 수익 기반을 넓히면서 로봇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더하고 있다. 테슬라에는 신사업의 상용화 속도가, 현대차에는 자동차 수익성과 로봇 경제성을 함께 확보하는 일이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