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 사업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물량이 20만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에서 사업승인과 실제 착공 간 격차가 확대된 데다, 박근혜 정부 당시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축소가 수년 뒤 공공주택 착공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을)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LH 공공주택 가운데 사업승인을 받은 뒤 착공하지 못한 물량은 20만9000호로 집계됐다.
윤 정부는 2022년 발표한 ‘8·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전국에 주택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당시 공급 목표는 주로 인허가 기준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사업승인 증가 속도를 실제 착공 실적이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과 2024년 2년간 공공주택 사업승인은 총 17만8000호였지만 착공은 6만1000호에 그쳤다. 사업승인 물량이 착공 실적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연도별로는 2023년 사업승인이 7만2000호였던 반면 착공은 1만1000호에 머물렀다. 2024년에는 사업승인이 10만6000호까지 증가했지만 착공은 5만호 수준이었다. 2025년에도 사업승인 8만4000호, 착공 5만호로 승인과 착공 사이의 격차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승인 후 미착공’ 물량은 2022년 12만2000호에서 2025년 21만3000호로 3년 만에 약 75% 증가했다. 2020년 10만3000호 수준까지 감소했던 미착공 물량이 다시 크게 늘어난 셈이다.

◇ 박근혜 정부 택지개발 축소 이후 6~7년 뒤 ‘착공 절벽’
안 의원은 2021년 이후 나타난 공공주택 착공 급감의 배경으로 박 정부 당시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축소를 지목했다.
LH 공공주택 착공 실적은 2019년 8만4000호에서 2021년 2만5000호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1만8000호로 줄었다. 2023년에는 1만1000호까지 떨어지며 최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박 정부는 2014년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와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중소규모 택지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신규 지정된 공공택지 면적은 약 11㎢에 그쳤다.
공공택지는 지구 지정 이후 지구계획 수립과 보상, 조성공사 등을 거쳐 실제 주택 착공까지 통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안 의원은 당시 택지 공급 감소가 시차를 두고 2021-2023년 공공주택 착공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공공택지 공급이 확대됐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새로 지정된 공공택지는 약 69㎢로, 2014-2017년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 규모다.
이들 택지가 순차적으로 사업 단계에 진입하면서 LH 공공주택 착공 실적도 2024년과 2025년 각각 5만호 수준으로 회복됐다.
◇ 안태준 “앞선 정부 택지 활용하면서 후속 공급 기반은 부족”
안 의원은 박근혜·윤석열 정부 모두 이전 정부에서 확보하거나 조성한 택지를 활용하면서 정작 장기적인 공급 기반 확보에는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정부에서 이뤄진 상당수 사업승인이 문재인 정부 당시 지정된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했지만 승인 물량에 비해 실제 착공이 충분히 뒤따르지 못하면서 미착공 물량이 누적됐다는 지적이다.
박 정부 역시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2기 신도시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착공 실적을 유지했지만 신규 대규모 공공택지 공급을 축소하면서 이후 공급 기반이 약화됐다는 게 안 의원의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주택공급 관리 기준을 인허가 중심에서 착공 중심으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총 135만호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270만호라는 목표 아래 사업승인을 크게 늘렸지만 실제 착공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착공 물량이 쌓였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대규모 택지개발을 중단해 택지 공급을 줄인 영향 역시 수년 뒤 착공 감소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정부가 앞선 정부에서 마련된 택지를 활용하면서 정작 장기적인 공급 기반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것이 수도권 주택공급 공백으로 이어졌다”며 “주택공급 정책은 단기적인 실적보다 택지 확보부터 착공·입주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급 기준을 착공 중심으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호 착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20만호가 넘는 미착공 물량을 얼마나 신속하게 해소하고 실제 공급으로 연결하는지가 관건”이라며 “국회 차원에서도 착공 목표와 사업 진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