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영록 기자] [김주상의 디지털자산] 아침에 눈을 뜨면 은행 앱보다 먼저 검색창과 메신저를 연다. 물건을 고르고, 식당을 찾고, 친구와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결제와 송금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금융의 출발점이 은행 창구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래서 삼성·네이버·카카오가 금융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단순히 결제 수수료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찾고, 사고, 이동하고, 소통하는지를 연결하는 생활의 첫 화면을 지키기 위해서다.
시장 규모도 이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간편지급 서비스 이용액은 하루 평균 1조22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간편송금은 하루 평균 1조1728억 원으로 19.8% 늘었다. 스마트폰 결제가 보조 수단을 넘어 일상의 금융 관문이 됐다는 의미다.

-세 기업이 노리는 서로 다른 금융의 입구
삼성의 강점은 기기다. 삼성월렛은 카드 결제를 넘어 계좌, 교통카드, 멤버십, 모바일 신분증, 탑승권과 디지털 키까지 한곳에 모은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결제와 신원 확인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의 경쟁력은 예금을 직접 보유하는 데 있지 않다. 금융 기능을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기에 기본 경험으로 심는 데 있다.
네이버의 출발점은 검색과 쇼핑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발견하고 가격을 비교한 뒤 결제하는 전 과정을 이미 플랫폼 안에 갖고 있다. 네이버는 2026년 2분기 Npay 결제액이 25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에서 확보한 거래 흐름을 오프라인 단말과 판매자 지원으로 확장하면, 결제는 판매자의 재고·광고·고객관리와 연결되는 사업 인프라가 된다.
카카오의 강점은 관계와 대화다. 카카오페이는 송금과 결제에서 출발해 자산관리, 청구서, 투자·대출·보험 제휴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 왔다. 친구에게 돈을 보내고 공과금을 납부하는 행동이 대화창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금융 거래를 별도의 업무가 아니라 일상 대화의 연장으로 만드는 것이 카카오 생태계의 힘이다.
-은행은 금고를 플랫폼은 순간을 가진다
빅테크가 고객의 화면을 장악해도 은행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금의 보관, 대출 심사, 자금세탁방지, 사고 대응과 최종적인 금융 책임은 높은 규제와 자본을 요구한다. 플랫폼은 편리한 문을 만들 수 있지만, 그 문 뒤의 돈이 안전하다는 신뢰는 여전히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지급결제 인프라에 기대고 있다.
반대로 은행도 금고만 지켜서는 고객을 잃을 수 있다. 소비자가 결제를 시작하는 곳, 사업자가 매출을 확인하는 곳, 개인이 금융상품을 비교하는 곳을 플랫폼이 차지하면 은행은 자금 공급자나 후방 처리기관으로 밀릴 수 있다. 은행들이 생활 서비스와 슈퍼앱, 오픈뱅킹에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경쟁의 대상은 금융상품 하나가 아니다. 누가 고객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서비스를 보여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책임지는가가 핵심이다. 데이터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금융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 데이터를 어떤 동의 아래 사용하고, 오류와 차별을 어떻게 바로잡으며, 소비자에게 얼마나 명확히 설명하는지가 신뢰를 결정한다.

-편리함이 커질수록 책임의 경계가 선명해야 한다
플랫폼 안에서 검색·추천·결제·대출 연결이 한 번에 이뤄지면 소비자는 시간을 아낀다.
그러나 추천과 광고의 경계가 흐려지고, 플랫폼 장애가 결제 중단으로 번지며, 축적된 생활 데이터가 금융 판단에 과도하게 사용될 위험도 커진다.
티몬·위메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결제의 편리함과 판매대금의 안전은 별개의 문제다. 고객이 버튼을 누르는 화면과 실제 자금이 보관·정산되는 구조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정책의 기준도 기업의 출신보다 수행하는 기능에 맞춰야 한다. 같은 지급 기능에는 같은 수준의 자금 보호와 사고 책임을 요구하고, 플랫폼이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할 때는 이해상충과 수수료 구조를 드러내야 한다. 동시에 은행과 핀테크의 협업을 막지 않아야 혁신과 안전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첫 화면을 차지한 기업이 지켜야 할 것
앞으로 소비자는 ‘어느 은행을 쓰는가’보다 ‘어느 화면에서 금융을 시작하는가’를 먼저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기기, 네이버는 검색·상거래, 카카오는 관계망을 금융의 입구로 바꾸고 있다. 은행은 신뢰와 규제 대응, 자금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그 입구와 연결될 것이다.
승자는 가장 많은 기능을 넣은 앱이 아닐 수 있다. 평소에는 가장 간단하고, 사고가 났을 때는 책임 주체가 가장 분명한 서비스가 오래 선택받는다.
금융의 승부처가 금고에서 휴대전화 첫 화면으로 이동하더라도, 돈을 맡기는 기준은 결국 신뢰다. 다음 금융질서의 핵심은 화면을 누가 차지하느냐보다 그 화면 뒤의 책임을 누가 감당하느냐에 있다.
필자 소개: 김주상은 전자상거래와 기술경영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과 미래금융을 연구하는 IT컨설턴트다. 2013년 비트코인의 전자상거래 화폐 가능성을 연구했으며, 암호화폐·NFT 제공 시스템 관련 등록 특허(2023)와 저서로는 ‘100년 만에 부의 기회가 왔다(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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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록 기자(rogiy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