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집계됐다. 8월(3.1%)보다 0.2%포인트(p) 낮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내놓은 농산물 할인지원 등 물가안정 대책은 효과를 봤다. 농산물 값이 1년 전보다 4.0% 떨어지며 전체 물가를 0.17%p 끌어내렸다. 하지만 대책이 닿지 않은 영역은 달랐다. 석유류와 공산품, 개인서비스 가격이 고루 오르며 근원물가는 기저효과를 걷어내면 2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43(2020=100)이다. 1년 전보다 2.9%, 전월보다 0.3% 올랐다. 1~9월 누계 상승률은 2.6%다.

물가 상승률은 3월(2.2%)부터 7개월 연속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2%)를 웃돌았다. 올해 3%대를 기록한 달은 5월(3.1%)·6월(3.2%)·8월(3.1%) 세 번이다. 그 전에는 2024년 3월(3.1%)이 마지막 3%대였다.
날씨나 유가 같은 일시적 충격을 걸러낸 근원물가는 오히려 더 뚜렷하게 올랐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8월(3.4%)보다는 낮지만, 8월 수치에는 통신 역기저효과가 끼어 있다. 이를 걷어내고 보면 9월 2.8%는 2023년 12월(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 9개월 만이다. 1년 전(2.0%)보다는 0.8%p 높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도 2.7% 올랐다. 이 지수가 2.7% 이상을 기록한 것도 2023년 12월(3.1%) 이후 처음이다. 역시 2년 9개월 만이다. 두 지수 모두 올해 1월(각각 2.0%, 2.3%) 이후 대체로 오름세를 이어왔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상승률이 둔화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전년 기저효과로 인해서 지난달에 휴대전화료가 크게 상승했던 부분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그런 게 가장 크게 상승 폭 하락 요인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SK텔레콤이 해킹 사고 보상 차원에서 요금을 할인하면서 통신 물가가 13.3% 급락했고, 그 역(逆)기저효과로 올해 8월 통신 물가가 16.6% 급등했다가 9월 2.0%로 돌아온 영향이다.
이 심의관은 "8월의 일시적인 통신요금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9월의 물가상승 압력이 8월보다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가공식품이라든지 공업제품의 내구재 같은 경우 상승 폭이 확대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숫자상의 둔화와 달리, 물가를 밀어 올리는 힘은 오히려 커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물가 상승이 일부 품목에 그치지 않고 넓게 퍼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심의관의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물가를 끌어올린 주체가 드러난다. 9월 상승률 2.88%p 가운데 공업제품이 1.38%p, 개인서비스가 1.21%p를 차지했다. 두 부문을 합하면 2.59%p다. 전체 상승분의 90%에 해당한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이 가운데 석유류가 14.8% 뛰며 0.56%p를 보탰다. 전체 상승분의 5분의 1가량을 석유류 하나가 만든 셈이다. 품목별로는 경유 20.0%, 등유 19.5%, 휘발유 11.8%가 올랐다. 이 영향으로 교통 물가는 7.7% 올랐다. 5월(11.6%)이 정점이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9월 국제유가가 미국·이란 간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강세를 보인 영향이 겹친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류 말고도 오른 공산품이 많았다. 컴퓨터는 27.4%, 휴대전화기는 8.3%, 빵은 5.7% 올랐다. 가공식품은 2.1%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3.5% 올랐다. 외식을 뺀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4.3%로 더 높다. 해외단체여행비가 19.3%, 보험서비스료가 13.4% 올랐다. 공공서비스로 분류되는 국제항공료는 22.5% 뛰었다. 공공서비스 전체는 1.5% 오르는 데 그쳤다. 유치원납입금(-26.9%)과 보육시설이용료(-18.5%)가 크게 내린 영향이다.
이 심의관은 "농산물 할인 지원이 물가를 끌어내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할인 지원이라든지 공급·수급 여건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3% 내렸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엇갈렸다. 농산물만 따로 보면 4.0%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0.17%p 끌어내렸다. 반면 축산물(3.7%)과 수산물(4.5%)은 추석 수요 증가로 올랐다.
과일 값이 가장 많이 내렸다. 신선과실은 11.1% 떨어졌다. 사과(-9.2%), 복숭아(-14.7%), 포도(-10.3%)가 내렸다. 더위로 출하량이 줄어 지난달 9.7% 떨어졌던 채소는 이번 달 보합(0.0%)을 나타냈는데, 이 심의관은 "과실은 가을철, 특히 명절을 맞아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하락 폭이 오히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채소 중에서는 배추가 15.2% 떨어졌는데, 저장배추 출하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반면 무는 3.6% 올랐다. 이 심의관은 "작년에는 10월에 추석이 있었지만 이번엔 9월에 있어, 이른 명절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3.3% 떨어졌다. 올해 아홉 달 중 일곱 달이 마이너스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5% 올랐다. 식품은 1.6%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식품 이외 품목은 3.1%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흐름이 엇갈렸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0.1% 내렸고 서비스 물가도 0.3% 내렸다.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서 승용차임차료(-13.7%)와 콘도이용료(-22.5%)가 떨어진 영향이다. 전기료는 전월보다 12.4% 올랐다. 7~8월 여름철 누진구간 완화가 끝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기·가스·수도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0.4%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3.3%로 가장 높았다. 세종은 2.8%였다. 대구·인천(2.6%)이 가장 낮았다. 서울은 2.7%였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