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생산직 구인난이 장기화하면서 식품업계가 공장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장·운반 등 단순공정에 집중됐던 자동화영역이 원재료 투입과 조리·절단 등 핵심공정으로 넓어지고 있다. 신제품 개발단계부터 대량생산을 고려해 원재료 규격과 제품형태를 설계하는 등 제품 개발방식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동원F&B 등 주요 식품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도 올해 식품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별도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등 식품 제조현장 자동화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변화가 두드러지는 분야는 그동안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웠던 식품 생산공정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김밥이다. 여러 속재료를 일정하게 배치하고 김을 만 뒤 일정한 크기로 잘라 포장해야 해 일반 가공식품보다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품목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 냉동김밥 자동화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속재료 투입부터 김밥 절단, 트레이에 담는 과정까지 기계가 담당한다. 밥을 짓는 방식과 원재료별 전처리 조건도 생산라인에 맞춰 고도화했다. CJ제일제당은 생산효율을 끌어올려 빠르게 늘어나는 해외 김밥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한두대를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수준을 넘어 공장 전체를 자동생산에 맞춰 설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원F&B가 지난 6월 충북 진천에 완공한 제2사업장 '프로틴 넥서스'가 대표적이다. 총 1400억원을 투입한 이 공장에서는 어묵과 맛살 등 냉장제품부터 볶음밥과 치킨 등 가정간편식(HMR)까지 생산한다. 동원F&B는 생산라인을 스마트공장 형태로 설계해 생산성을 높였다. 하루 어묵·맛살 생산능력은 약 40톤, 제품수로는 13만개에 달한다.
동원F&B는 현재 전국 15개 공장에서 대규모 자동생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기업 설비투자가 단순히 생산능력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품질편차까지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식품 제조현장은 다른 제조업보다 자동화하기 까다롭다. 식재료마다 크기와 모양, 수분함량 등이 일정하지 않은데다 세척·손질·조리·배분 등 생산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같은 설비에서 여러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다품종 생산체계가 확산한 점도 자동화 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고령친화식품이나 개인 맞춤형 식품은 여전히 상당수 공정에 사람 손이 필요하다.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완제품 품질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인력 확보에도 부담이 따른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어려운 중소식품기업은 초기 투자비와 설비 가동률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기술도 일정한 규격 제품을 반복 생산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단계 진화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인공지능(AI)이 로봇과 조리·검사장비를 제어해 식재료 세척부터 조리, 배분, 포장, 품질검사까지 연결하는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문량이나 생산메뉴가 달라지면 설비가 작업조건을 스스로 조정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정부도 식품제조현장 자동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는 올해 식품가공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식품제조업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자동화설비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한 생산체계 구축뿐 아니라 제조현장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도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자동생산 가능여부가 설비투자를 넘어 제품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제품 출시주기가 짧아지고 다품종 생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제품은 주문이 급증해도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 작업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품질편차를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다.
특히 김밥처럼 수작업 비중이 높았던 식품까지 자동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자동화영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제품 개발단계부터 원재료 크기와 형태, 조리방식, 포장규격 등을 기계가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자동화 친화형 제품'이 늘어나면 식품기업 경쟁력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맛과 가격뿐 아니라 적은 인력으로 얼마나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생산현장 인력난이 이어지면서 단순 반복공정을 중심으로 자동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신제품 개발단계부터 원재료 규격과 제품형태, 포장방식 등을 대량생산에 적합하도록 설계하는 자동화 전략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