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현대자동차가 5세대 '디 올 뉴 투싼'에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AI) 비서를 탑재한다. 정형화된 명령어를 입력하는 기존 음성인식을 넘어 사람과 대화하듯 주변 식당을 찾고 길을 안내하거나 실내 온도와 시트 열선을 한꺼번에 조절할 수 있다.
현대차는 생성형 AI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을 출고 당시 기능이 고정되는 이동수단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디지털 생활 공간’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디 올 뉴 투싼 월드 프리미어'에서 신형 투싼에 적용하는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공개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 기반 시스템이다. 현대차 SUV에 적용되는 것은 투싼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플레오스 커넥트에 일상을 지속적으로 진화시킨다는 뜻의 '에브리데이 프로그레스(Everyday Progress)'라는 의미를 담았다. 단순히 디스플레이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차량 제어와 AI, 애플리케이션, OTA를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의 에릭 우드(Eric Wood) 제품경험 총괄 전무가 직접 플레오스 커넥트를 소개했다. 우드 전무는 리비안 차량 경험 디자인 부사장, 폭스바겐그룹 카리아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담당 부사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우드 전무는 "자동차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구매한 경험이 곧 계속 유지되는 경험이었다"며 "차량의 기능은 공장을 떠날 때 대부분 정해졌지만, 소프트웨어가 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레오스 커넥트는 단순히 화면 위에서 돌아가는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차량 경험을 위한 플랫폼"이라며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얹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명령어 대신 일상 대화…검색부터 차량 제어까지
플레오스 커넥트의 중심에는 LLM 기반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Gleo AI)’가 있다.
글레오 AI는 운전자의 자연어와 의도,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차량 기능을 제어한다. 단순한 음성 명령 수행을 넘어 지식 검색과 주변 장소 추천, 여행 일정 안내, 연속 대화 등도 지원한다.

우드 전무는 "과거 차량용 음성인식은 인식률이 낮고 조작이 번거로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며 "새로운 AI 음성 시스템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자연스럽고 사람과 대화하듯 편안하게 기능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현장 시연에서는 글레오 AI에 "괜찮은 버거집을 찾아줘"라고 말하자 주변 매장을 검색한 뒤 이용자에게 식당을 추천하고 목적지까지 길 안내를 시작했다.
여러 기능을 한 문장으로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 춥다. 온도를 화씨 74도(섭씨 약 23도)로 맞추고 시트 열선을 켜줘"라는 요청을 받자 실내 온도 조절과 열선 작동을 함께 실행했다.
차량에 설치된 마이크와 좌석 인식 기술을 활용해 명령을 내린 사람이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지도 구분한다. 운전석과 동승석 탑승자가 각자 온도나 좌석 기능을 요청하면 해당 위치에 맞춰 기능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우드 전무는 "기존 음성 비서는 특정 기능을 실행하기 위해 이용자가 정해진 '마법의 단어'를 기억해야 했다"며 "글레오는 LLM 기술을 활용해 자연어와 의도, 맥락을 이해하기 때문에 마치 동승한 부조종사와 대화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음성 조작으로 시선 분산 줄인다
현대차는 자연어 기반 음성 조작이 편의성뿐 아니라 운전 중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차량에서는 공조장치나 내비게이션, 미디어 기능을 조작하기 위해 운전자가 화면을 여러 차례 눌러야 했다. 음성으로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실행하면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과 조작 단계를 줄일 수 있다.

우드 전무는 "신형 투싼의 커넥티비티와 인포테인먼트 개발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심리스(Seamless)'하고 직관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형화된 명령어를 외울 필요 없이 일상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며 "운전자가 화면을 조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선 분산을 줄이고 필요한 기능을 더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음성 기능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단이다. 실제 인식 범위와 실행할 수 있는 차량 기능, 지원 언어와 서비스는 출시 국가나 차량 사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드 전무는 "앞으로 AI는 운전자가 차량의 여러 기능을 쉽고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차량 내 핵심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OTA로 기능 확장…데이터는 국가별로 관리
플레오스 커넥트는 OTA를 통해 차량 출고 후에도 시스템과 기능을 업데이트한다. 오류를 수정하거나 기존 기능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디지털 기능과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과거에는 차량 기능을 변경하려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거나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했지만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에서는 통신망을 통해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우드 전무는 "차량이 출고된 뒤에도 시스템과 기능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도 차량의 성능과 가치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AI 비서가 검색과 추천, 차량 제어를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별 법률과 규정에 따라 데이터를 분리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우드 전무는 "한국과 미국 등 국가 간 데이터 연동이나 교차 공유는 진행하지 않는다"며 "각 국가와 지역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 수집은 고객이 요청한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