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서울시가 중증장애인의 권익 옹호 활동 등을 노동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권리 중심 공공 일자리' 확대 조례 개정안과 관련,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시는 지난달 30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시의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11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된 지 19일 만이다.
개정안은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를 정의하고 관련 일자리 개발·보급·확대를 서울시 장애인 고용 정책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중증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장애인평생교육시설 등과 연계한 지원 근거도 담았다.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일반 노동 시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장애인 인식 개선과 문화·예술, 권익 옹호 활동 등을 하면 이를 노동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시는 지난 2020년 사업을 시작해 2023년까지 운영했다. 해당 사업은 직무 절반 이상이 집회·시위 등 캠페인에 해당하는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2024년 폐지된 바 있다.
시가 문제 삼은 것은 크게 '직무의 범위'와 '집행부의 재량권'이다. 개정안은 인식 개선과 문화 예술, 권익 옹호 활동 등을 직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권익 옹호 활동의 구체적인 범위와 판단 기준은 명시하지 않았다.
시는 특히 캠페인이나 집회 참석을 어디까지 공공일자리 직무로 인정할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회까지 공공 예산으로 지원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업 운영 결과도 재의 요구 근거로 들었다. 시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 일자리를 운영했다. 시가 2023년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는 2020~2022년 참여자 전체 직무 활동 중 집회·시위·캠페인 관련 활동이 50.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를 근거로 직무 편중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준과 운영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의무화한 조항이 시장의 예산 편성 재량을 제약 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재의 요구 사유다.
개정안은 일정한 중증장애인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시장이 예산 범위에서 자립 생활 프로그램이나 평생교육과의 연계 지원 등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시는 이 같은 의무 규정이 시장의 예산 편성 재량을 제약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개발·보급·확대를 추진 계획에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한 부분 역시 사업 규모와 수행 방식을 결정하는 집행부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시장의 사무 관리·집행권을 정한 지방자치법 제116조와의 관계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권익 옹호 활동 자체를 일자리로 확대하기보다 장애인이 실제 직무 경험을 쌓고 이를 민간 취업과 자립으로 연결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존 사업의 운영 결과와 참여자 수요를 살펴 중증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지속 발굴·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우 복지실장은 "시는 중증장애인의 고용과 자립을 지속 지원해 왔다"며 "공공 일자리가 참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시민의 신뢰 속에 운영될 수 있도록 직무 기준과 사업 추진 방식, 예산·집행 권한에 관한 쟁점을 시의회가 다시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