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농축산·수산물 할인 지원사업이 일부 대형 유통업체에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판매 실적에 따라 지원금이 늘어나는 현행 구조가 대형 유통채널로 소비를 집중시키면서 유통업체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올해 9월까지 농축산물 소매유통 할인지원사업에 4267억34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연간 지원액보다 약 90%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이마트에 지원된 금액은 698억원으로 지난해 212억원의 3배를 넘어섰다. 올해 대형마트에 배정된 전체 지원액 1744억원의 약 40%에 해당한다.
업체별로는 이마트에 이어 하나로마트가 339억원, GS리테일이 258억원을 지원받았다. 특히 이마트 한 곳에 지급된 지원금이 중소형마트 전체 지원액 574억원보다 124억원 많았다.

해수부의 수산물 할인 지원에서도 이마트가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말까지 해수부의 전체 지원액은 667억79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이마트가 157억원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87억원, GS리테일은 33억원이었다.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은 정부가 쌀과 계란, 돼지고기 등 할인 대상 품목을 정하고 참여 업체가 해당 상품을 할인 판매하면 정부가 일정 비율의 할인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와 대형몰, 중소형마트, 민간 온라인몰, 전통시장 등은 재무 건전성과 정산 능력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 결제 실적에 따라 지원금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여서 판매량이 많은 유통업체일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해 농식품부 전체 지원액 가운데 대형마트가 차지한 비중은 40.9%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가 212억원, 하나로마트가 191억원을 지원받아 양측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올해는 이마트에 대한 지원 규모가 크게 늘었다.
송 의원 측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와 할인 지원사업 배제를 꼽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농식품부에서 168억원, 해수부에서 49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 농식품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적격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다른 유통업체의 할인가격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사업 재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정부에 보냈지만 추가 선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송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올해 할인 지원 사업자 공모 때 홈플러스도 신청했으나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적격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사업자 선정이 종료됐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커 추가 선정은 어렵다”며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우리 농축산물이 소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와 중소형마트에서도 일부 업체에 지원금이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올해 9월 말 기준 농식품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실적을 보면 카카오스토어 37억5000만원, 네이버 38억8000만원, 오아시스 35억8500만원, 우아한형제들 22억2300만원 등 상위 4개 업체가 10개 인터넷 쇼핑몰 전체 지원액의 약 80%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형마트의 경우에도 47개 참여업체에 지급된 574억원 가운데 서원유통 한 곳이 186억7900만원을 지원받아 32.5%를 차지했다.
반면 친환경 농산물 등을 취급하는 한살림생협과 두레생협 등 친환경판매장에 대한 지원은 98억6200만원, 로컬푸드직매장은 59억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송 의원은 현행 사업구조가 판매 인프라와 시장점유율을 이미 확보한 대형마트나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통업체의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할인액을 보전하는 현행 방식뿐 아니라 생산자에게 가격 차액을 지원하거나 소비자에게 바우처·쿠폰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정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방식을 다변화하자는 취지다.
송 의원은 “농산물 할인지원사업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올해 들어 특정 업체에 대한 지원 편중으로 정부가 독과점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보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지원해 물가 안정을 유도하고 혜택을 고르게 나눌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화성=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