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색을 칠한다. 또 칠한다. 여러 색이 겹겹이 쌓이면 이번에는 다시 깎아낸다.
덧입히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 덜어내는 순간을 만나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색과 흔적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나무를 깎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나이테처럼, 허선희 작가는 그렇게 ‘색 속에 쌓인 시간’을 조각한다.
달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참꽃갤러리는 오는 6일부터 22일까지 허선희 작가의 조각전 ‘나의 시선, 나의 색’을 개최한다.
허 작가는 오랫동안 나무의 나이테와 결에 주목해왔다.
나무를 깎아낼수록 안쪽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나이테는 단순한 무늬가 아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계절과 시간을 견뎌온 기록이자 자연이 남긴 흔적이다.
작가는 그 시간의 흔적을 조각 작품으로 옮겨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나무 대신 ‘색’ 자체를 새로운 조각의 재료로 끌어들인다.
여러 색의 아크릴 물감을 나무판 위에 차곡차곡 쌓은 뒤 다시 표면을 조금씩 깎아낸다.
허 작가가 선보이는 이른바 ‘포르타주 조각’이다.
표면을 걷어낼수록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래의 색이 나타나고, 그 색과 색 사이에는 쌓이고 깎인 흔적이 남는다.
때로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때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의 지층처럼 보인다.
그래서 허선희의 조각은 무엇인가를 만드는 작업인 동시에 무엇인가를 걷어내는 작업이다.
색을 쌓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 색을 다시 깎아내는 데 또 다른 시간이 들어간다.
그 반복 속에서 우연히 나타나는 색과 작가가 의도해 남긴 결이 만나 하나의 작품이 된다.
결국 ‘나의 시선, 나의 색’이라는 전시 제목은 단순히 어떤 색을 선택했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 수많은 색 가운데 어떤 흔적을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최재훈 달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에 켜켜이 쌓인 색과 그 사이로 드러나는 시간의 결을 천천히 마주하며 바쁜 일상 속 지나쳤던 순간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달성군청 2층 참꽃갤러리에서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만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