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늘리는 중소 바이오⋯커지는 적자에도 '신약 승부수'

R&D 늘리는 중소 바이오⋯커지는 적자에도 '신약 승부수'

의약품 중소기업 상반기 R&D 28.5%↑⋯영업손실 약 3배 확대
적자 감수하고 신약 개발 속도⋯기술이전·상업화 위한 '선투자'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의약품 분야 국내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적자 확대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단기적인 수익성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기술이전과 상업화 등 미래 성과를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국내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지피티]

1일 한국바이오협회 '2026년 2분기 및 상반기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사 대상 의약품 중소기업 22곳의 매출은 5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R&D 투자액은 3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어 매출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 규모별로 봐도 중소기업의 R&D 투자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상반기 의약품 대기업의 R&D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중견기업은 20.8% 증가했다.

반면 의약품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해당 기간 크게 악화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1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452억원 대비 약 3배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10.3%에서 -27.6%로 17.3%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R&D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수익성이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의약품 대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중견기업은 0.9% 증가했다.

모든 바이오 중소기업이 이런 흐름을 보이는 건 아니다. 같은 중소기업이어도 의료기기가 주력인 기업들은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됐다.

의료기기 중소기업 18곳은 올해 상반기 3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57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R&D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796억원에 그쳤다.

의약품 중소기업의 R&D 투자와 수익성 흐름이 유독 엇갈리는 이유는 신약개발 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신약 개발이 진전될수록 임상시험과 임상용 의약품 생산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신약개발 기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려면 기술이전이나 신약 허가·상업화 등의 성과가 필요해 투자와 수익 발생 사이에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 바이오 기업은 이미 안정적 수익을 내는 대·중견 기업과 달리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사업 역량이 집중된 경우가 많다. 안정적 수익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향후 기술이전이나 상업화 성과를 기대하며 R&D에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임상 단계가 높아질수록 R&D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파이프라인 개발 확대가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2026년 상반기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 변화 추이.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실제 국내 주요 중소 바이오 기업들도 파이프라인 개발 확대에 따라 R&D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R&D 비용은 1493억원으로 전년 동기 726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0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확대됐다.

보로노이도 핵심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 확대에 따라 R&D 투자를 크게 늘렸다.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41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R&D 비용 474억원의 88%에 달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5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올해 상반기 R&D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1% 증가한 74억원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1% 확대됐다.

그럼에도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신약개발 성과가 향후 기업의 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개발 단계를 진전시킬수록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파이프라인의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기업은 당장의 매출이나 영업이익보다 보유 파이프라인의 개발 단계와 가치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R&D 투자가 늘면서 단기적으로 적자가 확대될 수 있지만, 결국 투자한 비용을 얼마나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