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하루 앞둔 1일 야권이 새 형사사법체계 수사 공백과 피해자 구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그동안 검찰청 폐지와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 자체를 문제 삼았다면 2일부터는 사건 이관과 처리 지연 등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따지는 쪽으로 공세 초점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중수청 출범 나흘 뒤인 오는 6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만큼 국민의힘은 초기 사건 이관과 보완수사 요구, 인력·전산 준비 상황 등을 국감에서 점검할 방침이다.
인력 68%·전산망은 임시…野, '준비 부족'부터 겨냥
국힘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중수청 청사 앞에서 '형사사법체계 파괴 규탄' 현장 의원총회를 열었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출범을 하루 앞두고 국회 안에서 반대 메시지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개청 현장으로 나가 준비 상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동혁 대표 국군의날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중수청 현장 의총을 택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현장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고 관련 발언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장외투쟁 확대 여부를 유보해온 국민의힘이지만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을 하루 앞두고는 다시 국회 밖 현장으로 나간 셈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현장 규탄사에서 "오늘 밤 12시 검찰청이 사라지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진다"며 "이곳에 와보니 중수청 출범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중수청의 실제 가동 여건이었다.
강명구 의원은 "중수청 1·2차 임용 신청자를 모두 합쳐도 전체 정원의 68%밖에 되지 않는다"며 충분한 인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출범한다고 비판했다. 중수청은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경찰 시스템을 활용하고, 자체 유치장이 없어 경찰 유치장을 이용할 예정이다.
기존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을 새 기관으로 넘기는 작업도 출범 직후 첫 점검 대상이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9일 경찰청·해양경찰청·중수청 개청준비단과 회의를 열고 기존 검사 직접수사 사건의 이관 규모와 방식, 전자증거 처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2일 이후 실제 사건 이관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하는지를 국감에서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아이뉴스24에 "출범 이후 사건 이관 과정에서 처리 지연이나 누락 등이 발생하는지 국감에서 꼼꼼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청장 인선도 도마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지명한 지 3주가 넘도록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더 이상 야당과 국회를 우롱하지 말고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새로운 인물을 찾아서 임명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 의원도 "지명해 놓고 3주가 지났다"며 "오늘 당장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지 않을 것이면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장 대표는 중수청장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 공소청장 등 형사사법체계 주요 기관장이 공석인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와 기소를 이끌 수장도, 수사권 조정을 책임질 사람도 모두 대행체제"라며 새 체제 출범을 앞둔 지휘 공백을 비판했다.
한동훈 "수사기관 오가다 시간만 늘어…피해자 구제도 어려워져"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도 제도 찬반을 넘어 실제 사건에서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른바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거론하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범죄 사실을 충분히 밝혀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현장에서도 "내일부터는 누가 이런 강력범죄를 밝혀내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형사사법시스템 정상화 종합대책'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2일부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폐지되지만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절차는 남는다. 야권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고 기존 수사기관에 다시 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보완수사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7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만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에 보완·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두고 "어째서 7대 범죄는 중수청 보완수사가 필요하고, 다른 범죄는 원래 수사했던 경찰이 보완수사해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의원도 현장에서 장윤기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거론하며 "수사 단계에서 억울한 것이 있으면 피해자든 피의자든 다시 호소할 수 있는 2차 수사기관이 바로 검찰이었다"고 말했다.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질 경우 경찰 수사의 오류를 다른 수사기관이 직접 다시 들여다보는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D-1, 검찰폐지 내일부터 지옥문이 열린다' 토론회를 열고 사건 처리 지연과 피해자 구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한 의원은 "권리 구제는 결과가 공정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시간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권리를 구제받거나 피해를 보호받을 시간은 늘어날 것이고 결과는 조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수사기관 사이를 오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자 구제 역시 늦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토론회에서는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건 관계자로부터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해 받은 진술·자료의 증거 사용이 제한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조항도 쟁점이 됐다.
송영훈 변호사는 "피해자가 기존 수사에서 충분히 진술하지 못한 내용을 검사에게 추가로 설명하더라도 이를 재판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다시 수사 절차를 밟아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효력을 우선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개혁신당도 이날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기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장윤기 사건 등 과거 검찰 보완수사가 이뤄진 사건들을 열거하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묻힐 뻔한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처벌을 구할 기회였다"고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라는 새 간판을 단다고 그 역량과 책임이 저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와 기소 사이에 공백이 생길 경우 피해자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정권 교체 시 검찰 제도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새 형사사법체계에서도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재수사 요구 등 통제 절차는 남는다. 정부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도 이 같은 절차를 통해 미진한 수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권의 다음 검증 무대는 오는 6일 시작되는 국감이다. 2일 새 체제가 출범하면 △기존 사건의 이관 여부 △보완·재수사 요구 처리 과정 △사건 처리 기간 △중수청 인력·전산·시설 문제가 실제 수사에 미친 영향 등이 본격적인 확인 대상이 된다.
출범 전 제도 자체를 둘러싼 찬반 공방이 2일부터는 새 형사사법체계가 실제 사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둘러싼 검증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