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광양만권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은 순천에 산업단지 하나가 추가되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앞으로 10년, 20년 순천의 산업구조와 일자리, 청년인구, 대학의 역할은 물론 도시의 성장축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특히 그동안 정원·생태·관광을 중심으로 도시 경쟁력을 키워온 순천이 첨단 제조산업이라는 또 하나의 성장엔진을 확보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가 지정한 광양만권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율촌1·해룡일반산단 등 6개 산업단지, 총 2,132만㎡(645만 평) 규모다.
기업투자 규모도 상당하다. 이미 이뤄진 투자가 4조7,551억 원, 앞으로 예정된 투자가 5조3,724억 원으로 광양만권 전체로 보면 10조 원을 넘어선다.
특화단지에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국비 3,255억 원을 포함해 총 5,30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물론 10조 원이 모두 순천에 투자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순천의 율촌1산단과 해룡산단이 이 거대한 국가 전략산업 생태계 안에 직접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순천이 광양만권 배터리 산업을 바라보는 주변도시가 아니라 기업과 연구개발, 인재와 국가사업을 직접 유치할 수 있는 당사자로 들어선 셈이다.
△ 순천이 노려야 할 것은 5,303억 원보다 ‘그 뒤에 오는 기업’
특화단지 지정의 경제적 가치를 정부 사업비 5,303억 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특화단지 지정에 따라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과 기술개발(R&D), 전문인력 양성, 신속한 인허가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더 큰 경제적 파급효과는 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민간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핵심기업이 들어오면 원료와 소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생산장비와 부품, 물류, 정비, 연구개발,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전후방 산업이 함께 움직이게 된다.
순천에는 이미 그 씨앗도 들어와 있다.
포스코리튬솔루션은 해룡면에 약 5,751억 원을 투자해 연간 2만5천 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수산화리튬은 고성능 배터리 양극재 생산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다.
앞으로 순천이 이 같은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기관을 추가로 유치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들이 순천에 머물 수 있는 이유가 생긴다.
기업과 근로자가 늘어나면 주거와 상업, 교육과 문화 등 새로운 소비 수요도 뒤따른다.
결국 산업단지의 변화가 순천이라는 도시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순천대와 지역 청년에게도 새로운 기회
이번 지정은 순천의 대학과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첨단산업은 공장만 지어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화학·소재·전기·전자·기계·공정기술·품질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순천시가 순천대 등 지역 대학과 기업을 제대로 연결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지역에서 양성한다면 ‘순천에서 공부하고, 순천에서 취업하고, 순천에서 정착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역 대학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우며 졸업 후 지역기업에 취업하는 산학협력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지역 청년 유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화단지 지정이 단순한 기업유치를 넘어 지역 대학과 청년정책까지 연결돼야 하는 이유다.
△ 손훈모 시장이 바라보는 것은 ‘이차전지 다음’
이번 순천시의 미래산업 전략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이차전지를 하나의 산업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성능 배터리는 전기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드론, 로봇, 무인체계, 군용 전원체계 등 다양한 미래산업에서 활용되는 핵심 기반기술이다.
손훈모 시장도 이번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순천의 산업기반을 이차전지에만 한정하지 않고 방산을 비롯한 미래 전략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순천시는 방산 소재·부품·장비와 드론·무인체계, ESS, 고성능 배터리 등을 지역 산업과 연결할 수 있는 분야로 보고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유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방산이나 우주 관련 대규모 기업투자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눈앞의 이차전지 투자에 머물지 않고 ‘배터리 소재→고성능 배터리→ESS·드론·로봇·무인체계→방산 등 미래 첨단산업’으로 이어지는 산업의 연결고리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하나의 국가산업 정책을 다음 산업을 끌어오는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순천이 관광도시를 넘어 미래산업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같은 산업 간 연결 전략이 중요하다.
△ ‘생태수도 순천’에 ‘첨단산업 순천’을 더한다
순천은 그동안 정원박람회 등을 통해 생태·정원·관광 분야에서 전국적인 도시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도시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를 넘어 청년들이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산업기반도 필요하다.
율촌1산단과 해룡산단이 이차전지 핵심소재 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하고 여기에 방산·드론·로봇·ESS 등 첨단산업이 연결된다면 순천은 ‘생태·관광’과 ‘첨단산업’이라는 두 개의 성장축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구조 변화의 파급효과는 산업단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과 근로자가 증가하면 해룡·신대 등 동부권의 주거·상업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순천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교통 수요와 지역 서비스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순천대 역시 산학협력과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커질 수 있다.
결국 기업유치가 일자리로 이어지고, 일자리가 청년 정착으로 이어지며, 다시 주거와 상업·교육·문화 소비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 특화단지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
특화단지에 포함됐다고 순천의 발전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광양만권 전체에 10조 원을 넘어서는 기존·예정 기업투자가 있지만 이 가운데 순천이 실제 얼마의 투자를 가져올지는 앞으로의 기업유치와 정책 실행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산업용지를 적기에 공급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면서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기업이 함께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앞으로 순천시의 미래산업 정책은 보다 구체적인 숫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몇 개의 기업을 유치했는지, 얼마의 투자를 순천으로 가져왔는지, 몇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지역 청년들이 그 일자리에 얼마나 취업했는지가 중요하다.
손훈모 시장은 이번 지정을 “순천이 대한민국 이차전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면서 국가적 투자를 기업유치와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차전지를 방산·로봇·드론 등 첨단산업과 연결해 순천의 산업기반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완성된 성과라기보다 순천이 미래산업도시로 갈 수 있는 큰 문 하나가 열린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 문을 통해 이차전지 기업만 들어올 것인지, 아니면 연구기관과 전문인력, 청년 일자리와 방산·드론·로봇 등 다음 세대 산업까지 함께 들어올 것인지는 앞으로 순천의 실행에 달렸다.
10조 원 규모의 광양만권 배터리 산업지도에 순천의 이름이 들어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거대한 국가산업의 흐름을 순천의 기업과 일자리, 청년과 도시 성장으로 얼마나 연결시키느냐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