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K푸드 해외판매가 늘면서 식품기업들 생산전략도 갈리고 있다. 소비시장 가까이에 공장을 짓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국내 수출전용 공장을 키워 여러 국가 물량을 한꺼번에 대응하는 곳도 있다. 제품 특성과 시장규모, 기존생산망에 따라 '어디서 만들어 팔 것인가'에 대한 셈법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농심,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해외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다만 생산거점을 배치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냉동식품처럼 물류부담이 큰 제품은 소비시장 인근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반면 상온유통이 가능한 라면은 국내공장을 수출허브로 활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시장과 가까운 곳에 생산거점을 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9년 인수한 슈완스공장을 포함해 식품 생산기지 20곳을 운영중이다.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찐만두와 에그롤 생산라인, 물류센터 등을 갖춘 북미 아시안식품 신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9월 치바 신공장을 가동했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도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비비고 만두 생산공장을 건설중이다. 베트남과 호주 등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CJ제일제당이 현지생산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제품특성이 자리잡고 있다. 냉동만두처럼 저온유통이 필요한 제품은 장거리 운송때 물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소비지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면 운송거리와 시간을 줄이고 시장수요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반면 농심은 국내에 대규모 수출거점을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짓고 있는 수출전용 공장은 올해 하반기 완공예정이다. 우선 3개 생산라인을 가동해 연간 라면 5억개를 생산할 계획이다.
기존 부산공장 수출물량 6억개와 구미공장 1억개를 더하면 농심이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수출용 라면은 연간 12억개 수준으로 늘어난다. 현재보다 약 두 배 많은 규모다. 녹산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유럽과 남미, 서남아시아 등으로 보내진다. 특정국가에 생산시설을 두기보다 국내 대규모 생산기지에서 다수국가 수요를 동시에 대응하는 구조다.
라면제품 특성도 이런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냉동식품과 달리 상온보관이 가능해 장거리 운송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대규모 자동화설비를 갖춘 국내공장에서 여러국가에 판매할 제품을 함께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생산설비와 품질관리 체계를 한곳에 집중하면서 국가별 주문량에 따라 물량을 조절하기도 쉽다.
삼양식품은 두 전략을 섞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판매물량 상당부분은 국내 생산기지에서 공급하면서 중국에서는 현지생산을 택했다. 밀양공장은 2022년 준공이후 수출제품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밀양2공장까지 준공해 수출 대응능력을 키웠다.
첫 해외공장은 중국에 짓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저장성 자싱시에 공장을 착공했으며 2027년 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6개 생산라인을 갖춰 연간 최대 8억4000만개 불닭볶음면을 생산하고 전량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이 전체 수출물량 가운데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시장이라는 점이 현지생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자싱공장이 가동되면 중국 판매물량은 현지에서 소화하고 원주·익산·밀양 등 국내공장은 미주와 유럽 등 다른 성장시장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국내 수출생산체제를 유지하면서 일정수준 이상 수요가 확보된 시장에만 현지공장을 두는 방식이다.
생산기지 선택은 관세와 환율, 통관규제, 원재료 조달여건과도 맞물린다. 해외 현지생산은 장거리 운송과 통관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줄이고 현지 수요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환율이나 무역정책 변화로 수출 채산성이 흔들릴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수출거점은 생산설비와 품질관리를 한곳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한 공장에서 여러국가 물량을 생산하면 특정시장 수요가 줄더라도 다른지역으로 생산량을 돌릴 여지가 있다. 국가별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생산설비 중복투자와 관리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지공장은 고정비 부담도 따른다. 특정시장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시장규모가 충분히 커지면 현지생산을 통해 물류비와 공급시간을 줄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시장규모가 현지공장 투자여부를 가르는 핵심기준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생산은 단순히 물류비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현지 규제와 원재료 조달, 인건비, 환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결정"이라며 "앞으로는 판매 규모가 충분히 확보된 핵심시장에는 현지생산을 확대하고 그외 지역은 국내 수출거점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이원화 전략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