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자동차와 기계부품을 만들어온 대구 제조업이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의 심장과 관절’을 노린다.
정부의 ‘휴머노이드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발판으로 기존 제조기업을 로봇 핵심부품 공급망으로 전환하고 AI·소프트웨어부터 연구개발(R&D), 부품 생산, 실증, 완제품 조립까지 대구 안에서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HD현대로보틱스와 에스엘, 삼익THK 등 핵심 선도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계획하면서 대구 산업구조 전환이 실제 기업투자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대구시는 30일 휴머노이드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AI 첨단로봇 수도’ 도약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산업단지를 새롭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대구는 총 2905만1000㎡ 규모의 4개 거점을 각각 다른 기능으로 특화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주기 가치사슬을 구축한다.
수성알파시티는 ‘두뇌’를 맡는다.
AI 제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생태계를 구축해 휴머노이드가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지능화 기술을 담당한다.
대구테크노폴리스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핵심부품 설계와 원천 R&D를 맡는다.
성서산업단지는 대구가 오랫동안 축적한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 부품 조달과 시제품 제작, 제조현장 테스트베드 역할을 담당한다.
마지막 대구국가산업단지는 완제품 조립과 핵심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공급기지로 육성한다.
쉽게 말해 ‘수성알파시티에서 두뇌를 만들고, 테크노폴리스에서 기술을 개발해 성서산단에서 시험한 뒤 국가산단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대구시가 기대하는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제조기업의 로봇산업 진입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터·감속기·센서 등 정밀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산업이다.
자동차·기계·부품 제조 기반을 갖춘 지역 중소·중견기업이 기술과 생산공정을 전환할 경우 새로운 휴머노이드 밸류체인에 진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구시의 판단이다.
이를 이끌 선도기업들의 투자계획도 제시됐다.
HD현대로보틱스·에스엘·에이로봇·메가존·대동로보틱스·삼익THK·삼보모터스·LS메카피온·성림첨단산업·PHA·아진엑스텍·베이리스 등 12개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2조2000억원은 현재 집행이 끝난 투자액이 아니라 앞으로 추진할 중장기 투자계획이다.
따라서 특화단지의 첫 번째 성적표는 이 투자계획 가운데 실제 대구지역에 얼마가 집행되고 공장·연구시설과 신규 일자리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될 전망이다.
특화단지 지정에 따른 정부 지원도 기업투자를 뒷받침한다.
입주기업 설비·입지 투자보조금과 용적률 상향을 비롯해 도로·용수·전력 등 기반시설 설치비 국비지원이 추진된다.
R&D 세액공제와 정책금융 금리 우대, 인허가 신속처리, 정부 R&D 예산 우선 반영 등의 지원특례도 연계된다.
대구시는 이를 바탕으로 앵커기업과 지역 중소·중견기업을 연결하는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동부와 센서 등 핵심부품 국산화 R&D를 집중 지원하고 비정형 제조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Physical AI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인프라도 확충한다.
현재 구축 중인 국가로봇테스트필드와 휴머노이드 안전인증센터를 거점으로 연구개발에서 실증·인증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고 Physical 훈련센터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전신제어·AI 분야 석·박사급 연구인력 양성과 기존 제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전환 교육도 추진한다.
이번 특화단지는 대구와 경북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지정 방식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대구시는 향후 경북과 산업 연계를 강화하고 대경권 로봇산업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지역 전통 제조업에 AI와 로봇이라는 첨단 혁신 동력을 불어넣어 대구의 산업 구조를 미래형으로 대전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 노력이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결실을 맺고, 대구가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AI 첨단로봇 수도’로 굳건히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