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국가 임무형 R&D로 대전환⋯AI·피지컬AI 등 5대 분야 집중

ETRI, 국가 임무형 R&D로 대전환⋯AI·피지컬AI 등 5대 분야 집중

PBS 폐지 맞춰 임무형 연구 90%로 확대⋯GPU 인프라·개방형 R&D 강화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를 계기로 기존 경쟁적 수탁과제 중심 연구체계에서 벗어나 국가 임무형 연구개발(R&D) 체제로 전환한다. 인공지능(AI)과 피지컬 AI, 입체통신, 공간미디어, AI디지털전환(ADX) 등 5대 중점 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한다.

박세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안세준 기자]

박세웅 ETRI 원장은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취임 4개월을 맞아 이 같은 연구·경영 혁신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원장은 "AI를 중심으로 기술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PBS 폐지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환경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지금은 ETRI가 앞으로 새로운 연구체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TRI는 PBS 폐지를 연구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는다. 기존 연구자가 개별 수탁과제를 확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기관 고유 임무와 국가 전략임무를 중심으로 대형 연구를 수행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현재 22% 수준인 임무형 연구 비중은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확대한다. 경쟁형 수탁 연구는 중요·필수 정부 사업 중심으로 조정하고 출연금 인건비 비중도 단계적으로 높여 연구자가 과제 확보 경쟁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박 원장은 "그동안 출연연 연구자들이 과제를 따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과제를 따올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가 ETRI에 맡긴 임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ETRI가 해야만 하고 연구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구를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AI·피지컬AI 등 5대 분야 집중…"ETRI만의 필살기 확보"

연구 포트폴리오도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 AI와 피지컬 AI, 입체통신, 공간미디어, ADX 등 5대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집중형 R&D 체계를 구축한다.

AI 분야에서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코-사이언티스트, AI-RAN과 6G를 결합한 AI 고속도로 등을 핵심 연구축으로 육성한다. 피지컬 AI에서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기반으로 한 로봇지능 기술 확보에 나선다.

AI 연구 기반인 컴퓨팅 인프라도 확충한다. 원내 GPU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확대하고 출연연 간 GPU 공동활용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전문센터 지정도 추진한다.

연구 성과 평가도 양보다 질 중심으로 바꾼다. 특허는 단순 출원 건수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는 고부가가치 지식재산(IP)을 집중 육성하고, 논문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탑티어 학술성과 확대에 집중한다.

ETRI는 2030년까지 국내 탑티어 논문 가운데 ETRI 연구성과가 차지하는 비중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연구자 연구본능 다시 깨운다"…개방형 R&D 플랫폼 전환

경영 측면에서는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조직과 분야의 경계를 넘어 연구하는 경계없는 플레이어를 육성하고, 선정 연구자에게 연구시간의 80%를 자율·몰입 연구에 활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행정과 형식적인 연구활동을 줄이는 '디톡스'와 연구자 지원책을 발굴하는 '비타민' 정책도 병행한다. 박 원장은 "연구기관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주고 도전을 응원하며 성과에는 제대로 보상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TRI 벽을 낮춰 대학과 기업, 다른 출연연과의 협력도 확대한다. 외부 전문가를 특임고문과 기술자문위원으로 활용하고 우수 대학교수 안식년 방문연구, 학생 연구자 참여와 해외 공동연구 등을 늘린다.

이 같은 혁신은 박 원장이 제시한 '4E 콤비내이션(Combination)'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4E는 △본질적 혁신(Essential) △개방적 포용(Embracing) △연구활력 제고(Exciting) △탁월한 성장(Excellent)을 의미한다.

박 원장은 "국가적 성과를 만들어낸 ETRI DNA를 AI 시대에 다시 깨워야 한다"며 "단기적인 성과나 과제 수주에 매몰되지 않고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이 필요로 할 기술을 먼저 준비하는 연구원이 되겠다"고 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