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들, 의무공개매수 정무위안 공개 반발⋯"대주주 선행매수 빼야"

운용사들, 의무공개매수 정무위안 공개 반발⋯"대주주 선행매수 빼야"

정무위원회 주도 개정안 내달 1일 국회 본회의 상정 예정
대주주·일반주주 간 주식 가치 달라져, 주주평등원칙 위배
"비례적 공개매수 도입, 모든 주주 동일 비율 적용해야"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논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운용사 대표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윤희성 기자]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최대주주는 지분 전량을 먼저 처분할 수 있지만 일반주주는 일부만 팔거나 아예 매각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운용사들은 인수자의 비용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매각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법안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의무공개매수 국회 정무위원회안 재논의 촉구 긴급공동성명 기자회견'을 통해 "주식 1주는 동일한 가치와 밸류,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충분히 지켜지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차파트너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 운용사 10곳이 참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지난 28일 통과한 개정안은 인수합병(M&A) 시 인수자가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해 50%+1주에 부족한 수량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최대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회사를 인수할 경우 인수자는 최대주주의 40%를 먼저 장외에서 모두 사들인 뒤 일반주주에게서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약 10%만 추가로 공개매수하면 된다. 최대주주는 보유 지분 전량을 팔 수 있지만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매각 기회는 제한되는 구조다.

같은 주식, 다른 가치…주주평등원칙 위배

30일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논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희성 기자]

운용사들은 이 같은 구조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50%+1주에 필요한 물량만 일반주주로부터 공개매수하면 일반주주는 보유 주식의 일부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이 이미 50%를 넘는 회사라면 일반주주는 공개매수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선행매수가 주주 간 평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행매수를 허용하면 대주주 지분을 먼저 모두 사들인 뒤 나머지 물량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할 수 있다"며 "같은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매각 비율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은 선행매수와 부분매수 중 한 가지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 영국·홍콩·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은 선행매수를 허용하지만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하면 잔여 주식 전부에 대해 매수 제안을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 경우 선행매수를 허용하더라도 나머지 주주에게 같은 가격으로 매수 기회를 보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인수자금 부담 등을 고려해 부분 공개매수를 허용하지만 선행매수는 허용하지 않는다"며 "지배주주든 일반주주든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매수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비례적 공개매수' 제안…"이중가격 문제 해소해야"

30일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논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희성 기자]

이번 개정안이 최근 상법·자본시장 제도 개선 방향과도 배치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현행 입법안은 개정 상법, 개정 스튜어드십코드, 한국형 베어허그와 정확히 반대로 간다"며 "50%+1주를 확보하면 모든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한다는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이 제시한 대안은 '비례적 공개매수'다. 50%+1주라는 공개매수 기준은 유지하되 선행매수를 막아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보유 지분에 비례해 매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주주 지분이 40%인 회사라면 대주주로부터 약 20%, 일반주주로부터 약 30%를 각각 사들여 모든 주주가 보유 지분의 절반가량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인수자가 최종 확보하는 지분과 매수 가격은 기존 방식과 같아 인수자금 부담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운용사들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에는 경영권이 넘어갈 때 대주주 지분과 일반주주 지분의 가격이 달라지는 이중가격 문제가 있다"며 "상장주식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단일 가격 구조를 만들고 비례적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