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가 128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장기요양 필요성을 인정받고도 최근 1년 동안 급여를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1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1등급 인정자도 5명 중 1명 이상이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기준 장기요양 인정자 128만3,652명 가운데 실제 급여 이용자는 110만2,471명, 최근 1년간 이용실적이 없는 미이용자는 18만1,181명으로 집계됐다. 미이용률은 14.1%다.
장기요양 인정자는 2023년 109만7,913명에서 2024년 116만5,030명, 2025년 123만5,045명에 이어 올해 7월 128만3,65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미이용자도 같은 기간 16만2,453명에서 16만6,518명, 17만4,585명, 18만1,181명으로 늘었다. 올해 7월 미이용자는 2023년보다 1만8,728명, 11.5% 증가했다.

◇ 중증 1등급도 22% 미이용…4년째 ‘5명 중 1명’ 넘어
특히 가장 중증인 장기요양 1등급에서도 높은 미이용률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기준 1등급 인정자 5만3,857명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급여 이용실적이 없는 사람은 1만1,835명으로 22.0%에 달했다.
장기요양 1등급은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부여된다.
1등급 미이용률은 2023년 22.5%, 2024년 22.4%, 2025년 22.2%, 올해 7월 22.0%로 소폭 감소했지만, 4년 연속 20%를 웃돌았다.
◇ 부산 전체 미이용률 17.3%…인천은 11.2%
장기요양급여 미이용률은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올해 7월 기준 시·도별 전체 장기요양급여 미이용률은 부산이 17.3%로 가장 높았고 울산 17.0%, 서울 15.9%, 제주 15.3%, 세종 14.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인천은 11.2%로 부산보다 6.1%포인트 낮았다.
1등급만 놓고 보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컸다. 전국 평균이 22.0%인 가운데 부산은 34.2%, 울산 33.7%, 경남 30.5%, 전북 29.6% 등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 부산 서구 42.5%·원주 10.7%…기초단체 간 약 4배 격차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는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올해 7월 기준 1등급 인정자가 100명 이상인 시·군·구를 분석한 결과, 부산 서구의 1등급 미이용률이 42.5%로 가장 높았다. 1등급 인정자 113명 가운데 48명이 최근 1년간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지 않았다.
이어 부산 영도구 39.3%, 부산 수영구 38.4%, 울산 북구 38.3%, 부산 부산진구 37.5%, 부산 동래구 37.4%, 부산 연제구 37.2%, 경남 김해시 37.0%, 부산 사상구 36.5%, 울산 남구 35.9% 순이었다. 미이용률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부산 지역이 6곳을 차지했다.
반대로 미이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강원 원주시로 10.7%였다. 경기 양주시 10.9%, 경기 여주시와 충남 서산시 각각 11.4%, 경기 동두천시 11.7%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 서구와 원주시의 미이용률 격차는 31.8%포인트로, 부산 서구의 미이용률이 원주시의 약 4배에 달했다.
다만 이 같은 지역별 차이가 가족돌봄이나 수급자의 선택 등 개인적 사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장기요양기관과 돌봄 인력 등 서비스 공급 여건이나 접근성 차이에 따른 것인지는 현재 통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수급자에게 돌봄 공백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가족이 직접 돌보거나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가 장기요양 필요성을 인정한 수급자가 장기간 급여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미이용 사유와 실제 돌봄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1등급 인정자 가운데 1만1,835명이 최근 1년 동안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이용률이 40%를 넘은 만큼 중증 수급자의 실제 돌봄 상황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병훈 의원은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하지 않는 데는 가족돌봄 등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이용자 18만명 모두를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장기요양 필요성을 인정한 뒤 이분들이 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지, 필요한 돌봄은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알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1등급 수급자조차 5명 중 1명이 최근 1년 동안 급여를 이용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넘었다”며 “단순히 인정자 숫자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중증 수급자의 장기 미이용이 실제 돌봄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 인정 후 일정 기간 급여를 이용하지 않은 수급자의 미이용 사유를 파악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1·2등급 등 중증 수급자의 실제 돌봄 상황을 확인하고 지원이 필요한 경우 장기요양뿐 아니라 의료·지역돌봄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지역별 차이가 가족돌봄이나 수급자의 선택 때문인지, 장기요양기관과 인력 등 서비스 공급 여건이나 접근성 차이 때문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미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이용지원 방식과 서비스 여건도 함께 살펴 지역에 따라 필요한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