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정·평가권 재경부 장관 손 떠나…'힘빼기'는 반쪽

공공기관 지정·평가권 재경부 장관 손 떠나…'힘빼기'는 반쪽

공운위, 자문기구서 행정위로…임원 해임건의·기능조정까지 처분 주체 바뀌어
장관 소속·공동위원장·직무대행 지명권은 그대로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공기관 지정과 경영평가, 임원 해임건의 등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해 내리는 처분의 주체가 재정경제부 장관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로 바뀐다.

정부는 29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개정법은 별도 유예기간 없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ALIO의 공공기관 현황 정보. ALIO는 공공기관이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으로서 일정 요건에 해당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이 매년 지정한 기관을 의미합니다(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 4조)라고 공개하고 있다. 29일부터는 공공기관의 지정 주체가 재정경제부장관에서 공운위로 변경된다. [사진=ALIO]

개정법의 핵심은 공공기관운영법 조문의 주어를 바꾼 것이다. 종전 법은 "재정경제부장관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처분하는 구조였다. 개정법은 이를 "운영위원회는 심의·의결한다"로 고쳤다. 공공기관 지정·해제, 기관 신설 심사, 경영공시, 기능조정, 경영지침, 경영실적 평가, 감독 권한이 모두 위원회로 넘어갔다.

법 시행 전에 장관이 내린 처분은 운영위원회의 처분으로 본다. 경영평가 결과나 해임 건의에 불복하는 소송의 상대방이 장관에서 위원회로 바뀌는 셈이다.

위원회 구성도 달라졌다. 장관 단독 위원장 체제가 장관과 민간위원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바뀌었다. 민간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민간위원은 11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상임위원 1명을 새로 두고, 위원회 사무를 처리할 사무처도 설치한다. 기획예산처 차관과 사무처장은 당연직 위원이 된다.

형식만 보면 장관의 권한이 크게 줄었다. 공공기관에 대한 처분의 최종 명의가 장관 개인에서 합의체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여권이 개정 취지로 장관에게 집중된 공공기관 인사·운영 권한의 분산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힘빼기로 보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우선 위원회는 여전히 재경부 장관 소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처럼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 중앙행정기관이 아니다. 장관은 공동위원장 자리를 유지한다. 공동위원장이 모두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대행자를 지명하는 권한도 장관에게 있다. 관계부처 차관 등 정부 측 당연직 위원도 그대로 남았다.

사무처가 결국 재경부 공공정책국의 간판만 바꾼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무처의 조직과 운영은 전부 대통령령에 맡겨졌다. 공공정책국 인력이 그대로 옮겨 가면 안건 발굴부터 실무 검토까지 재경부의 영향력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독립의 방향을 두고도 해석이 갈린다. 민간 공동위원장을 대통령이 지명하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통제에서는 벗어나지만 대통령실과의 거리는 오히려 가까워질 수 있다. 공공기관장 인사에 정권의 의중이 반영되는 통로가 짧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개편은 재경부의 권한이 연이어 나뉘는 흐름 속에 있다. 예산 기능은 이미 기획예산처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공공기관에 대한 처분 권한이 위원회로 옮겨갔다. 기획예산처 차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둔 것은 예산과 공공기관 운영을 잇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다만 두 기관의 조율이 원활하지 않으면 공공기관 정원·보수 결정과 예산 반영 사이에 틈이 생길 수 있다.

시행 초기 공백 우려도 있다. 법은 시행령 정비 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됐지만, 경과조치는 장관 처분의 승계 조항 하나뿐이다. 기존 위원의 임기, 민간 공동위원장 지명 전 회의 운영, 사무처 설치 전 사무 처리에 관한 규정은 없다. 연말 공공기관 지정과 내년도 경영평가 편람 의결 일정이 다가오는 만큼 시행령 정비가 늦어지면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책임이 약해지고 공동위원장 체제에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