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450년 세월을 지켜온 은행나무에 디지털 빛이 흐르고, 고즈넉한 수월루와 소나무숲은 밤이 되면 하나의 거대한 예술공간으로 변한다.
대구 달성군이 세계문화유산 도동서원의 ‘밤’을 관광자원으로 키운다.

지난해 은행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시험했던 미디어파사드를 올해는 서원 전체로 확장해 단순히 보고 돌아가는 문화유산에서 밤까지 머물며 경험하는 세계유산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달성군은 오는 10월 2일부터 11월 14일까지 도동서원 일원에서 ‘2026 도동서원 디지털아트: 도동연화(道東姸畵)’를 운영한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행사는 지난해 시범 운영한 ‘은행나무 미디어파사드’의 확장판이다.
지난해 은행나무가 주인공이었다면 올해는 수월루와 소나무숲, 잔디광장, 수목과 담장까지 도동서원 일대가 하나의 야간 예술공간이 된다.
미디어아트에 라이팅아트와 체험 프로그램까지 결합하면서 ‘한 편의 영상’을 보는 행사에서 ‘도동서원의 밤’을 경험하는 체류형 콘텐츠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주인공은 여전히 450년 된 은행나무다.
오랜 세월 도동서원과 함께해 온 은행나무의 생명력과 상징성을 디지털 영상으로 풀어내고 한국 전통의 색과 이미지를 활용한 새로운 장면을 더한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최신 디지털 기술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셈이다.
은행나무를 벗어나면 또 다른 ‘빛의 길’이 이어진다.
잔디광장에는 빛을 머금은 조형물인 ‘미라클 스톤’ 100여 개가 설치되고 수월루와 소나무숲, 수목과 담장에는 각 공간의 특성을 살린 라이팅아트가 펼쳐진다.
관람객이 한곳에 서서 작품 하나를 보고 돌아가는 대신 서원 곳곳을 걸으며 빛과 문화유산을 함께 경험하도록 동선을 확장했다.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도동유교문화관에서는 빛 만들기와 전통놀이, 은행잎을 활용한 기념품 만들기 등을 운영한다.
해설사와 밤의 도동서원을 걷는 ‘도동 달빛투어’도 마련해 화려한 영상 감상에 머물지 않고 서원이 품은 역사와 공간의 의미를 함께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운영시간은 콘텐츠별로 다르다.
은행나무 미디어파사드는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30분과 7시30분 하루 두 차례 선보인다.
미라클 스톤을 비롯한 라이팅아트는 행사 기간 매일 일몰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달성군은 ‘2026 도동서원 디지털아트’ 공식 누리집을 통해 행사 일정과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고 ‘도동 달빛투어’ 사전 예약도 받는다.
이번 사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한 ‘야간 조명 행사’에 머무느냐, 아니면 도동서원 체류시간과 달성군 관광 동선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콘텐츠로 자리 잡느냐다.
지난해 은행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한 실험을 서원 전체로 넓힌 만큼 방문객 증가가 인근 관광지와 음식점 등 지역 소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다음 과제가 된다.
세계유산의 역사성과 품격을 지키면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역시 중요하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도동서원은 낮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세계유산이지만 빛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밤에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도동서원의 역사성과 품격은 지키면서도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야간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 달성군을 대표하는 가을밤 명소로 키워가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