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따고 어디로 가죠?”…DGIST 청년들이 대구시에 던진 ‘인재 정착’ 숙제

“박사 따고 어디로 가죠?”…DGIST 청년들이 대구시에 던진 ‘인재 정착’ 숙제

연구인재-지역기업 공동프로젝트부터 교통·창업공간까지…“배우는 대구 넘어 일할 기회 필요”
DGIST·수성알파시티 연결 구상…‘인재가 모이는 도시’ 넘어 ‘인재가 남는 도시’가 시험대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에서 석·박사까지 키운 과학기술 인재가 졸업한 뒤 더 큰 연구·취업 기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면 ‘인재 양성’은 지역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DGIST 청년들이 대구시에 던진 질문은 결국 여기에 닿아 있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열린 두 번째 ‘청년 DRAFT’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박성민 대구시 청년특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연구할 기회와 소득, 기업과의 협업, 편리한 교통, 창업할 공간까지. 우수 인재를 데려오는 정책 못지않게 ‘대구에서 계속 연구하고 일하며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대구시는 28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두 번째 ‘청년 DRAFT’ 현장 소통 간담회를 열고 지역 과학기술 인재들의 정책 제안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성민 대구시 청년특보와 DGIST 총학생회 및 학내 자치단체 대표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청년 DRAFT’는 DAEGU와 DRAFT(초안)를 결합한 대구시의 청년 현장 소통 프로젝트다.

시가 완성한 정책을 청년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서 정책의 초안을 함께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번 간담회의 화두는 ‘인재 정착’이었다.

대학원생들은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는 데서 정책이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가 RISE와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등을 통해 인재양성에 투자하는 만큼 졸업한 연구자가 지역에서도 연구를 계속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대학의 연구역량과 지역기업의 기술 수요를 연결하는 공동 연구·협업 프로젝트다.

기업에는 현장에서 풀어야 할 기술 과제가 있고 대학에는 이를 해결할 연구인력이 있는 만큼 두 영역을 연결하면 학생에게는 연구·직무 경험을, 기업에는 기술혁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도 연결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성민 청년특보는 DGIST·경북대 등 지역 대학 연구인력과 수성알파시티의 스타트업·첨단기업을 연결해 기업의 현장 과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연구와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인재를 ‘교육받는 학생’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기업의 기술 문제를 함께 해결할 연구인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교통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학생들은 향후 대구산업선 개통과 연계해 DGIST와 역을 오가는 순환버스를 신설하고 역사와 버스정류장 명칭에 DGIST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DGIST와 수성알파시티 등 지역 혁신거점 사이의 접근성을 높여 연구인력과 기업의 이동을 쉽게 해야 한다는 요구다.

학교 담장을 넘어 DGIST의 과학기술 역량을 시민들과 공유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AI·로봇 등 첨단기술을 시민들이 쉽게 경험하고 학생과 연구자가 자신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도록 국립대구과학관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상생형 과학기술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두 번째 ‘청년 DRAFT’ 현장 소통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대구시]

연구에서 창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걸림돌도 제기됐다.

학생들은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등 지역 실증시설에 대한 학생·연구자의 활용 확대와 테크노폴리스 인근 창업공간 확충, 지역 대학 간 창업교류, 의료데이터의 대학 연구 활용 등을 건의했다.

하나씩 떼어놓으면 연구·교통·창업 정책이지만 결국 요구는 하나로 모인다.

‘대구에서 공부했다면 대구에서 연구하고, 창업하고, 일하면서 정착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날 나온 건의사항을 관련 부서와 관계기관에 전달해 검토하고 그 결과를 다시 학생들에게 피드백할 계획이다.

이 대목은 ‘청년 DRAFT’의 성패를 가를 부분이기도 하다.

간담회에서 얼마나 많은 의견을 들었느냐보다 그중 몇 건이 실제 사업과 제도, 예산으로 이어졌는지가 정책의 성적표가 되기 때문이다.

박성민 청년특보는 “DGIST에는 대구의 미래산업을 이끌어갈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모여 있는 만큼 이들이 대구에서 연구하고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인재가 더 큰 기회를 찾아 대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대구에서 도전하고 성장하며 결국 대구에 남을 수 있도록 창업과 정착이 선순환하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경북대와 DGIST에 이어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창업가 등으로 ‘청년 DRAFT’ 현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