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학생들의 화장은 어디까지 학교가 규제해야 할까.” “학교에 매점과 자판기를 다시 설치하면 안 될까.” “스마트기기를 무조건 막는 것이 답일까.”
어른들의 지방의회가 아니다.

28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구미산동고등학교 학생들이 ‘1일 도의원’으로 변신해 자신들이 매일 학교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직접 의회 의제로 올렸다.
경상북도의회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구미산동고 1~2학년 학생 21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139회 경상북도의회 청소년의회교실’을 개최했다.
이날 학생들에게 본회의장은 단순한 견학 장소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직접 조례안을 발의하고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으며 찬반 토론을 거쳐 안건을 처리하는 ‘의정활동의 전 과정’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선택한 의제가 현실적이었다.
청소년 불법 사이버도박의 위험성과 예방·치유 대책 마련을 비롯해 학생 개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한 복장 자유화, 획일적인 용모 단속 개선을 위한 화장 자유화 등을 본회의장에서 직접 제기했다.
학생복지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내 자판기·매점 재설치, 디지털 교육환경에 맞춘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자율화도 3분 자유발언 주제로 등장했다.
교복과 화장, 매점, 스마트폰처럼 학생들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문제들이 이날만큼은 정식 ‘의회 의제’가 된 셈이다.
발언에 그치지도 않았다.
학생들은 ‘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및 올바른 스마트기기 활용 지원 조례안’과 ‘청소년 불법 사이버도박 예방 및 치유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을 포함해 모두 5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특히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는 자유발언에서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과 치유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까지 조례 형태로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토론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도 나왔다.
학생들은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직접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며 하나의 공동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도 체험했다.
이날 학생들을 맞아 행사 전 과정을 함께한 구미 출신 윤종호 경북도의원은 “오늘의 소중한 체험이 지방자치와 의회의 역할을 이해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길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경북도의회 청소년의회교실은 2014년부터 도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순히 도의회 시설을 둘러보는 견학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의회는 2023년 10월 관련 조례를 제정·시행하며 청소년들의 의정활동 체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