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HLB가 담관암 신약 '리픽투(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따내며 시장에서 제기됐던 신약개발 역량에 대한 불신을 넘어설 수 있게 됐다.
리보세라닙의 잇단 허가 불발에 따른 우려를 일부 해소한 가운데, 리픽투 상업화와 후속 성장동력 확보 등 '넥스트 스텝'을 통한 재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각) FDA로부터 담관암 신약 리픽투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리픽투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이 있는 담관암(CCA)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이번 허가는 HLB가 20년 가까이 이어온 항암 신약 도전 끝에 거둔 첫 FDA 허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LB는 오랜 기간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과 미국 진출을 추진해 왔지만,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세 차례 FDA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고배를 마셨다. 이런 상황에서 후속으로 확보한 리픽투가 먼저 허가에 성공하며 오랜 도전에 첫 결실을 맺는 동시에 그간의 우려도 일정 부분 덜게 됐다.
다만 HLB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우선 첫 FDA 허가 성과를 실제 매출로 연결해야 한다. 엘레바는 올해 4분기 리픽투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직접 보유한 만큼, 출시 이후 현지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처방을 확대하고 판매 기반을 다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글로벌 임상과 허가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 시장에서 신약을 판매하는 능력까지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현지 영업·마케팅과 유통망 구축은 물론 보험사 등과의 협상을 통해 환자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상업화에 성공하더라도 리픽투가 겨냥하는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과제다. 담관암은 미국에서 매년 약 8000명이 새롭게 진단되는 희귀암이다. 지난해 미국 담관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억2710만달러(약 3100억원)로 추산된다.
리픽투의 처방 대상은 이 가운데서도 기존 치료를 받고 FGFR2 융합·재배열이 확인된 환자로 좁혀진다. 원개발사인 릴레이 테라퓨틱스는 리픽투의 초기 치료 대상 환자를 미국에서 연간 약 650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에 HLB는 리픽투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진출 지역을 확대한다. 엘레바는 이달 유럽의약품청(EMA)에 리픽투의 품목허가신청서(MAA)를 제출하며 유럽 허가 절차에 착수했다.
담관암 이외의 암종으로 치료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적응증 확대도 추진 중이다. 현재 FGFR2 융합·재배열이 확인된 다양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 'ReFocus202'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임상은 한국과 미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에서 진행된다. 적응증이 FGFR2 융합 고형암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연간 대상 환자가 미국 약 4000명, 미국·유럽 주요 5개국·일본을 합쳐 약 1만3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리픽투를 통해 확보한 첫 FDA 허가 경험을 회사의 핵심 신약인 리보세라닙으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리보세라닙이 겨냥하는 간암은 리픽투의 담관암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만큼 HLB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HLB는 글로벌 간암 치료제 시장이 2022년 24억달러(약 3조2700억원)에서 2030년 93억달러(약 12조6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LB는 세 차례 CRL에도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7월 세 번째 CRL에서 지적된 제조·품질관리 관련 보완을 마쳤으며, 현재 재신청에 필요한 추가 안전성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작업을 마치는 대로 FDA에 다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은 자사 유튜브에서 리픽투 FDA 승인 소식을 알리며 후속 행보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 의장은 "간암 신약의 승인을 기대하며 준비해 놓은 매뉴얼과 조직이 있기에 (리픽투의) 빠른 론칭이 가능할 것"이라며 "암종 불문 항암제를 시작으로 리픽투의 적응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이 신약을 계기로 빅파마와의 협력을 시작해 나가겠다. 유럽에서도 빠르게 허가를 받고 시판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리보세라닙) 재신청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재신청할 것"이라며 "담관암 신약 승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간암 신약과 각막염 치료제, CAR-T 플랫폼, 암종 불문 항암제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