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새 형사사법체계의 출범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78년간 수사·기소 기능을 함께 수행해 온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각 권한을 나눠 갖게 된다. 지난해 정부조직법 처리를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찰개혁이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는 10월 2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문을 연다. 지난해 검찰개혁 기조 아래 정부조직법 개정과 조직법, 형사절차법을 차례로 정비해 온 민주당표 형사사법체계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다.
새 체계의 핵심은 기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 분리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법왜곡죄 등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고, 공소청은 영장청구·기소·공소유지 등을 맡는다. 공소청 검사는 직접수사를 할 수 없게 돼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해진다.
국민의 고소·고발 절차도 달라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0월 2일부터 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이나 구술로 사법경찰관에게 해야 한다. 기존처럼 검사에게 직접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는 방식은 사라지는 셈이다.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역할을 구분한 데 따른 변화다.
새 체계의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수 중 하나는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역할 분리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기존에는 검사가 직접수사뿐 아니라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보완수사 등을 통해 사건의 미비점을 비교적 신속하게 보완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사가 그 결과를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바뀐다. 그러면서 사건 처리가 복잡해지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누락되거나 부실하게 종결되는 문제도 과제로 꼽힌다. 정부와 민주당은 사법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통해 사건 처리 과정을 관리하고 기관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스템을 통한 정보 공유만으로 경찰의 부실 수사나 허위 종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제주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과 사건 암장(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오갔다.
초기 인력난도 변수다. 최근 중수청은 출범을 앞두고 수사 인력 확보를 위한 특례임용 절차를 진행했다. 1차 특례임용에서는 총 1674명의 임용자를 확정했는데, 이는 전체 정원의 58.24% 수준이다. 5급 이상 임용자는 검사 80명을 포함한 212명으로 청장을 제외한 5급 이상 정원 636명의 33.3%에 그쳤다.
중수청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아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만큼 출범 초기 충분한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로 꼽힌다. 특히 기존 검찰의 수사 전문성과 경험을 새 조직에 얼마나 원활하게 이식할 수 있느냐가 초기 안착의 핵심 변수다.

여기에 더해 새 형사사법체계의 출범을 책임질 주요 기관장 공백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공석인 데다 초대 중수청장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시행을 맞게 되면서, 현장의 혼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를 둘러싼 여권 내 반발로 인해 국회 인사청문 요청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새 형사사법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개혁을 주도한 민주당을 향한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제도적 목표와 별개로 사건 처리 지연이나 기관 간 혼선, 수사 공백 등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로 나타날 경우 야권의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에 검찰개혁 이슈를 올리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용술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국민 우려가 큰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롯해 이재명 정권이 중요한 형사사법체계를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바꿔왔다"며 "정작 현장의 혼란을 막을 구체적인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엉터리 제도 개편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새 형사사법체계가 출범 초기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 수사의 미비점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새 형사사법체계의 출범 준비가 덜 됐고, 법무부 장관과 중수청장 등 관계기관 수장이 공백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앤 것이 실제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